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다음 주 열리는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던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IT기업이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행사에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봤지만,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한일 양국 정부까지 개입되는 등 파장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들어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정부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 대표는 당초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AI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최종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네이버 관계자는 "(최 대표가)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행사 이튿날인 22일에 열리는 장관 세션에 참석하려고 했다.
장관 세션은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대면으로 열린다.
각국의 AI 안전 연구 추진 현황과 글로벌 공조 방안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메타코리아 등 국내외 대표 AI 기업들이 참석 요청을 받았고 각 사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급이 참석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최 대표가 참석하는 것으로 들었으나 이번 주에 달라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I 서울 정상회의는 국제사회가 AI 규범 제정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해 영국에서 처음 개최한 후 두 번째 정상회의다.
지난해 네이버에선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이 참석했다.
올해는 서울에서 열리는 데다 개최국의 대표 AI 기업으로 참석하는 만큼 행사 준비 초반부터 최 대표가 참석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왔다.

AI 시대의 아젠다를 논의하는 중요한 행사에 최 대표가 불참하기로 한 배경에는 라인야후 사태가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최 대표는 라인야후 지분 매각 여부를 포함해 글로벌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여러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개입으로 당장 지분 매각을 결정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매각 여부와 조건 등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특히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지분을 단 1%라도 매각하면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사업까지 넘겨줘야 할 판이라 고민이 깊다.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연 매출 15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최 대표의 '글로벌 3.0' 비전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는 당초엔 일부 공개였지만, 이후 비공개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행사에 빠지기로 한 건 협력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행사는 라인 사태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가 준비 중이다.
결국 최 대표 불참은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 지원에 기댈 경우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네이버가 라인을 팔지 않을 것을 전제로 지원을 약속해 사실상 매각에 제동을 건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판다면) 정부가 관여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없고, 팔지 않기로 하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제출할 보고서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 관련 내용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13~14일 이틀 연속 나온 대통령실 브리핑과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 정부에 따를지 말지가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