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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는 비싸다.
친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아도 선택을 망설이는 게 하는 이유다.
값싸게 재생에너지를 누릴 시점은 언젤까.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는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만드는 비용이 기존 전력망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 즉 전통적인 연료의 전력생산 비용과 같아지는 시점을 칭한다.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는 것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졌다는 얘기다.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로부터 인류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변곡점인 셈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2023년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의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들이 그리드 패리티에 마침내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LCOE란 1MWh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산정한 지표다.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기간 발생하는 모든 비용인 투자비와 연료비, 운영비 등 직접 비용은 물론 대기오염비용, 보험료 등 간접 비용을 모두 포함한 값이다.
다양한 발전원 간 비용을 비교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평가에 두루 쓰인다.
발전비용이 가장 많이 하락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다.
태양광 LCOE는 kWh 당 0.044달러로, 2010년 0.46달러에 비해 90% 이상 감소했다.
동일한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한다고 할 때 2010년보다 10분의 1 비용이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의 LCOE도 13년 전과 비교해 각각 70%, 63% 낮아진 0.033달러, 0.075달러를 기록했다.
IRENA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을 낮춘 요인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에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비용은 46%, 설치비용은 36% 하락했다.
풍력 터빈 가격은 중국 외 지역에서 41%, 중국에서 64% 감소했다.
반면 화석연료의 LOCE는 0.1달러로 태양광과 비교해 2.3배, 육상풍력 대비 3배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화석연료로 전력을 만드는 것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만드는 게 더 싸졌다는 의미다.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문제는 국가에 따라 발전 비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기술개발을 주도한 유럽은 대부분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LCOE가 가장 낮았다.
중국은 육상풍력, 인도는 태양광 LCOE가 특히 낮았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기술뿐만 아니라 일조량이나 풍질을 포함한 지리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어떨까. 한국의 재생에너지 LCOE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 아직도 높다.
모든 국가의 태양광 LOCE 중간값은 MWh 당 34~49달러 수준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무려 111달러에 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해상풍력 LCOE는 233달러로, 63달러인 중국의 3.7배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쩌면 그 시점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는 아닐까.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거라고 한다.
AI와 그에 수반된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전력이 필수다.
선진국들이 AI 개발에 속도전을 벌이는 와중에 재생에너지가 저렴해지기를 마냥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다.
안타깝게도 오는 2038년까지 전력 수급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이 해를 넘겨 늦어지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에너지 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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