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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솔희 기자]라흐마니노프부터 살리에르까지, 예술가의 삶을 꾸준하게 뮤지컬 무대에 올려온 HJ컬쳐 한승원 대표가 이번에는 오페라로 또 한 번 예술가의 삶을 무대에 펼쳐낸다.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브람스'의 연출을 맡게 된 것. 새로운 장르를 접하면서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지게 됐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변함없다.
바로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서정 오페라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을 마음에 품고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생애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그간 '파리넬리', '살리에르', '라흐마니노프' 등 예술가의 삶을 다룬 뮤지컬을 주로 선보인 한승원 대표의 첫 연출작으로 제격이다.

공연을 앞두고 뉴스컬처와 만난 한승원 대표는 "처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그 두려움과 설렘, 떨림은 특별한 것 같다.
첫사랑이 그런 것처럼. 작품을 많이 만들어왔지만 완전히 새로운 마음이다.
대학 시절로 돌아가 순수하고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설렘을 드러냈다.

오페라는 첫 도전이지만, 결국 관객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뮤지컬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한 대표는 "장르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같다"며 "오페라는 어렵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지 않나. 저 역시도 그랬다.
그런데 연습을 할수록 오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더라"고 말했다.

이번 도전을 시작으로 한국어로 선보이는 오페라에 대한 욕심을 품게 됐다는 한승원 대표는 "오페라가 가진 음악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
뮤지컬 배우가 주는 힘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모두가 삶에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을 지니고 있지 않나.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걸 채우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오페라가 지닌 매력이 너무 많아서 조금 더 대중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오페라를 향한 열정을 표현했다.

"HJ컬쳐의 예술가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뮤지컬 캐스팅을 발표하면 배우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인데, '라흐마니노프' 때는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주시더라고요. 저희가 생각지 못한 현상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오페라 도전이 제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오페라로 확장할 수 있고, 오페라와 뮤지컬을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오페라 연출가로서는 이번 '브람스'를 통해 첫 발걸음을 뗐지만, 그가 이끄는 HJ컬쳐는 어느덧 1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년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대학로 뮤지컬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됐다.

"처음에는 다 2년 계약을 했어요. 사실 확률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잖아요. 저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인생 모토로 삼는데, 약속을 못 지켜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2년 동안 빚을 져도 제가 평생 일하면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죠.(웃음) 지금까지 감사할 일밖에 없었어요. 도와주신 분들도 정말 많고요. 저 한 명의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공연 제작사로서 HJ컬쳐의 색채는 확실하다.
바로 '사람'이 지닌 따뜻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한 대표는 "HJ컬쳐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장르가 사람이다.
이 시대에 어떤 메시지가 있으면 우리의 삶이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잃어버린 감성을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소외되고 낙오되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고, 인간 존재 본연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주고 싶은 메시지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곁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고, 동시에 제가 얻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도, 관객에게도 힘이 되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새롭게 구상 중인 작품들도 모두 '사람'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한승원 대표는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 그 이상을 바라본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생애주기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한 대표는 "어린 아이가 HJ컬쳐의 키즈 작품을 보고, 청소년이 되면 청소년 작품을 보고, 그렇게 저희 작품과 함께 성장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뮤지컬을 즐기는,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친구 같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존재 자체로도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회사이고 싶다.
그걸 목표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관객을 향한 깊은 고마움이 열정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HJ컬쳐는 관객 친화적인 제작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꾸준하게 객석을 채워주는 관객의 소중함을 알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 대표는 "사업으로 보면 관객이 최대 주주다.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고, 대표이사는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관객을 위해 억지로 행동한 적은 없다.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고객의 시대고, 관객을 위해서 공연하는 것이지 회사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공연이라는 콘텐츠도 좋아야 하지만, 그 외의 것에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신념을 드러냈다.

"식당에 가서 손님이 없다고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어요.(웃음) 그런데 관객분들은 저희 대신 자발적으로 홍보도 해주고, 응원도 해주시죠. 공연이 끝나면 관객분들이 박수를 쳐주시잖아요. 박수를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요. 저희와 함께해주시는 분들, 저보다 우리 작품을 더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돼요."

사진=서정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