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국내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우승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출연자가 있다면, 무대 뒤엔 이들을 서포트하는 수많은 스태프가 함께한다.
승부를 가로지를 선곡이 결정되면 누구보다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출연자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정대규 스타일 디렉터다.
정대규 스타일 디렉터는 출연자의 어떤 모습이 매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지 시각적인 포인트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최근 ‘불타는 트롯맨’을 마친 정 디렉터를 만났다.
그는 스타일링 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각자가 특화된 분야를 존중하며 포괄적인 운영을 맡는다.
헤어, 메이크업의 경우 협력업체를 두고 디렉팅을 함께하고 있다.
흔히 연예인들의 수상소감에 등장하는 ‘헤(헤어)·메(메이크업)·스(스타일리스트)’ 3대장이 있다.
과거엔 헤어,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직업군과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보는 스타일리스트가 있었다면 이젠 헤어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의상 스타일리스트로 세분화됐다.
앞서 ‘스타일리스트’가 헤어와 메이크업에 맞춰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일링을 맡았다면, 이제 ‘스타일 디렉터’라는 이름이 이를 대신한다.
“‘스타일’이라는 건 주관적이에요. 모두가 예쁘다고 해도 내 눈엔 아닐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울림’임 가장 중요하죠.”
그는 “어느 정도의 실력이 되면 특출나게 잘 하고 못 하는 건 없다.
각자의 개성이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아티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코드도, 서로의 소통과 합도 중요하다.
성향부터 의상, 헤어, 메이크업까지 모두 조화되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과거엔 연예인 개인을 스타일링 했다면, 이젠 프로그램 위주의 스타일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두 분야를 모두 경험했던 정대규 스타일 디렉터는 “각자 장단점이 확실하다.
전자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한 명, 한 팀에 집중할 수 있다면, 후자는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개인에게 집중하기보단 적게는 열 명, 크게는 100여 명을 크게 봐야한다”고 비교했다.
정 디렉터는 임영웅, 김호중, 이찬원 등을 탄생시킨 TV조선 ‘미스터트롯’ 시즌1과 최근 종영한 MBN ‘불타는 트롯맨’ 등의 스타일 디렉터로 활약했다.
엠넷 연말 시상식인 ‘마마 어워즈(MAMA AWARDS)’와 JTBC ‘팬텀싱어’ 시리즈 등의 프로그램 스타일 디렉팅을 맡아왔다.
지난해 12월 열린 가수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아임 히어로(IM HERO)’ 앙코르 콘서트 관람객이라면 익숙한 얼굴일 수도 있다.
‘임금’ 임영웅에게 하늘빛 곤룡포를 입혀주는 내관이 바로 정 디렉터다.
프로그램 스타일 디렉팅의 시작은 2014년 엠넷 ‘마마(MAMA)’로 거슬러 올라간다.
솔로와 그룹을 포함해 수 십 팀의 출연 가수와 시상자, 그보다 많은 안무팀이 시상식 무대에 오른다.
정 디렉터는 댄서를 포함해 무대 구성원들의 의상을 의뢰 받아 준비에 착수했다.
제복 콘셉트의 무대는 국방색 우비를 활용했다.
“며칠 밤을 새 리폼하고 단추를 바꿨다.
깃발도 제작했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본 그는 쉽지만은 않았던 해외 출장의 일화들을 하나씩 털어놨다.
“해외 출장은 극소수의 스태프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해요. 언어도 안 통하는데, 가지고 갈 수 있는 물품도 별로 없어요. 사전에 제작하면 좋은데 부피가 크니까 옮기기도 쉽지 않죠. 정말 힘든 일정이에요. 홍콩 ‘마마’를 준비하면서는 골드 워커가 필요했었는데 현지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고 수소문 해서 철물점을 찾아 해결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다인원이 출연하는 음악 프로그램에 특히 두각을 나타내왔다.
정대규 디렉터가 이끄는 팀의 강점은 확실하다.
‘노(NO)’가 없다는 점이다.
경연 프로그램의 경우 선곡이 정해지고 무대를 준비하기까지의 기간이 짧다.
당연히 스타일링을 준비할 시간도 촉박해진다.
정 디렉터는 “스타일리스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안돼요’, ‘없어요’, ‘힘들어요’다.
촉박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는 답이기도 하다”면서도 “우리 팀은 제작진이 말하면 ‘NO’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개인 스케줄의 경우 미리 정해진 일정에 맞추기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프로그램의 경우 매 회차 급하게 회의하고 선곡하고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보통 2주 텀으로 진행되는 촬영이라해도 스타일 팀에게 돌아오는 건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경우 결승에 올라간 7인의 의상을 2∼3벌 씩 준비해야 했다.
줄여도 20벌 이상, 많을 경우 일주일 안에 100벌의 의상을 만들어낸다.
“선곡이 되고 그에 맞춰 의상 콘셉트가 나오죠. 분위기, 컬러 등은 제작진과 소통해 결정해요. 우리가 먼저 (콘셉트를) 제안하기도 하고, 제작진이 반대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죠. 길어야 일주일 정도, 그 안에 결과물이 나와야 하죠.”
스타일링의 힌트는 어디서 얻을까. 정 디렉터는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 과거의 사진을 많이 찾아본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내 “경연은 신인들이 많다.
특히 일반인 출연자가 많아 진짜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방송 활동 경험이 있는 출연자들은 그나마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다면, 일반인의 경우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스타일링도 출연자의 ‘성장스토리’를 반영한다 .
“일반인의 경우 맵시가 잘 안 나와요. 몇 개월 안에 ‘스타’로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다 만들지는 않죠. 시청자에게도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잖아요. 디렉팅을 할 때도 일단은 힘을 빼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진행하죠. 무대여도 공연이어도 자연스럽게. 일반인의 첫 무대면 방청객 입장에선 헤어와 메이크업을 했는지도 잘 모르거든요. 처음엔 최대한 자연스럽게, 점점 달라지며 마지막엔 ‘팡’ 터트리죠. 그래야 시청률도 점점 올라갈 거란 생각도 있어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한다.
정 디렉터는 “한류가 이슈다 보니 다행인 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퍼져가는 문화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합’하는 것이 숙제”라고 짚었다.
‘팬텀싱어’에서 보타이 대신 팬던트를 코디한 것이 그 예다.
“아이돌만의 스타일링을 클래식이나 트로트로 자연스럽게 가지고 와서 어울리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뉴스도 보고 잡지도 보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 신상품에도 관심을 가지는 편”이라고 노하우를 전했다.
스타일 디렉팅을 시작해 10여년을 종사했다.
놀라운 건 다른 분야의 이력이었다.
처음부터 패션을 전공한 건 아니었다.
실내 건축을 전공한 정 디렉터는 서서히 사업의 폭을 넓혀갔다.
그림, 패션, 건축, 인테리어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바라봤다.
스타일리스트인 아내를 만난 것도 변화의 축이 됐다.
“건축을 공부하며 색채와 구도 등을 배웠고, 옷에 관심을 가지면서 의류 사업을 넓혔다.
관심이 있어 원단, 패턴, 의류 제작 과정까지 알아갔다”고 했다.
모니터링의 기준도 스타일링에 맞춰져 있다.
경연 참가자의 가창력, 무대 매너, 심사위원의 심사평보단 화면 속 출연자의 의상, 삐져나온 잔머리, 예상보다 진하게 보이는 쉐도우 등이 관심사다.
‘스타일 디렉터’라는 직업은 나무보단 숲을 바라보고 다양한 스태프와 소통해야하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리폼에서 제작까지 최소 단가로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낸다.
소수의 스태프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또한 정 디렉터가 자부하는 바다.
그는 “물건을 파는 것과 같다.
얼마나 더 편하고 빠르게 잘 해낼 수 있는가에 따라 잘 맞는 디렉터를 찾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책임자로서의 의무는 많아지지만, 그만큼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경연 프로그램이 결승에 가까워 질수록 일정은 더 촉박해진다.
체력적인 부침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하반기에 ‘전쟁처럼’ 몰려있는 경연 프로그램을 조율해 결승전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뿌듯함도 뒤따른다.
“잠은 몰아서 잔다”는 대답에도 만족감이 엿보였다.
사업적 감각과 책임감, 리더십까지 더불어 ‘방송 스타일 디렉팅’의 시장을 열었다.
무대 위 빛나는 주인공을 위해 들러리를 자처한다.
스스로가 빛나기보다는 튀지 않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것, 한 번 인연을 맺은 제작진이 다시 그를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TV조선, MBN 제공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월드(www.sportsworldi.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