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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루프탑’ 이홍내 “동성애 아닌 사랑에 집중했다”
기사작성: 2021-06-12 15:09:45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배우 이홍내 인터뷰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온몸이 가시로 뒤덮인 고슴도치처럼 한없이 예민하고 날카로운 얼굴. 이홍내는 우리에게 그렇게 각인돼 있었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의 사랑스러운 하늘로 분한 그의 새로운 얼굴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머리카락과 함께 그는 비로소 인간미를 얻은 걸까. 사이보그처럼 싸늘하던 그의 얼굴에 피가 도는 듯하다.
이토록 귀여운 매력을 어떻게 숨겼을까 싶을 만큼 새롭다.


이홍내는 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감독 김조광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는 이별 1일차 하늘과 썸 1일차 봉식이 별다른 것 없지만 별난 각자의 방식대로 쿨하고 힙하게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김조광수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EBS '자이언트 펭TV' 대본을 맡은 염문경 작가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이홍내는 2017년 BTS의 '컴백홈'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시선을 끌었으며, 지난 1월 종영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폭주하는 악귀 지청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가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격의 하늘로 분해 허당기 넘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첫 주연을 맡은 그는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촬영할 때는 배역의 분량보다 최선을 다하고자 애썼다”고 운을 뗐다.
영화를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이홍내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하늘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통해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할까 느껴져 슬펐다.
두 번째 봤을 때는 다른 배우들이 보이면서 더 유쾌한 매력이 느껴졌다.
여러 번 봤는데도 볼 때마다 생각이 계속 바뀐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이홍내가 ‘메이드 인 루프탑’ 대본을 보고 하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해왔다”며 “처음 만나서 수줍은 얼굴로 인사를 전했을 때 하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소년미가 얼굴에 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관객들도 알게 되지 않을까"라고 밝힌 바 있다.


이홍내는 “소속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게 됐다.
김조광수 감독님께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소속사를 통해 만나게 해달라고 전했다.
늘 새로운 영화, 장르, 인물에 끌린다.
하늘에 공감할 수 있었고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90년생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2014년 영화 ‘지옥화’로 데뷔해 여러 편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부지런히 얼굴을 비췄다.
지난 1월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빛을 보기까지 숱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며 묵묵히 걸어왔다.
극 중 취업준비생 하늘의 고민과 생활을 통해 자신의 20대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부단히 노력하며 20대를 보냈다.
미래가 불안했고 불만을 가지는 시기도 있었다.
하늘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모습이 비슷했다.
보증금 사기를 당해서 당장 오갈 데가 없어서 친구네 옥탑방에 거주하기도 했다.
영화처럼 마당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앞으로 우리 미래가 어떻게 하면 될까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냈다.


이홍내는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말을 이었다.
“오디션을 보거나 프로필을 내려가며 일을 해야 했기에 고정적인 아르바이트를 오래 할 수 없었다.
통상적으로 생각나는 아르바이트 대부분을 했다고 보면 된다.
건설 현장 일이 기억에 남는다.
새벽에 나가서 해가 지면 들어왔는데,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에 기분 좋게 귀가했다.
현장에서도 늘 배우 할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일했다.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는 분이 없었다.
다들 응원해주시고 챙겨주셨다.


힘든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지만,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떠올렸다.
이홍내는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힘들 때 영화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무작정 연기하고 싶어서 도전했다.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 중요치 않았다.
주변에서 ‘무작정 꿈을 좇으면 힘들지 않냐’고 이야기했는데 힘든 순간이 별로 없었다.
늘 행복했다.
연기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특별하지 않은 내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서울에 와서 연기하게 돼 행복했다.
단역을 할 때도 행복했다.
대사를 하는 배우들을 보며 많이 배웠고 저런 순간이 왔을 때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들이 없다면 지금의 저도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홍내는 배우 정휘, 강정우와 연기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배우 같지 않게 금방 친해졌다.
정휘는 유쾌하고 촬영 분량이 작지 않은데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또 한번 작업해보고 싶고 기억에 남는다.
강정우는 만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남자친구 역할이고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만난 후 절반으로 줄었다.
대단한 배우다.
저보다 훨씬 연기 경력이 길고 저를 리드해줬다.
형이 저를 많이 믿어줬고 저 또한 믿을 수 있었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남성과 남성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평범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이를 ‘동성애’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이 영화를 ‘퀴어 영화’라고 부를 터. 이홍내는 “한 사람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하늘이 정민과 이별하며 영화가 시작되는데 왜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상대에게 투정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꽂는 말을 하는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동성애를 표현할 때 흔히 생각하는 표현 방식들, 작은 부분도 허투루 연기할 수 없었다.
아시다시피 감독님께서는 퀴어 영화 여러편을 연출하셨다.
촬영 내내 감독님께 질문하며 표현했다.
동성애자로서 표현에 집중하려 했다기보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집중했다.
매 장면,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촬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실제 하늘과 이홍내는 비슷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애를 할 때 투정을 부리는 타입은 아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상대가 답답해한 적도 있고 표현도 부족했다.
하늘의 사랑 방식을 보며 ‘이런 사람과 연애하면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웃음) 부모님께서 엄하셔서 여자친구를 숨긴 적이 있다.
하늘이가 병원에서 둘러대는 장면은 제 경험에서 착안했다”고 전했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이홍내는 “요즘 진정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며 달라진 연애관을 전했다.
“예전에는 여자친구한테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까, 상대방이 나에게 매력을 느낄지 고민했는데 이제 아니다.
나라는 사람을 꾸미지 않고 진솔하게 다가갔을 때 관심있어 해주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런 모습에 저도 마음이 열린다.
연애하다가 갈등이 생겼을 때는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갈등이 생겼다고 연락을 안 하고 말을 하지 않으면 갈등이 더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며 대화하면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고 본다.


영화에서 이홍내는 앞서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강하고 무시무시한 지청신으로 분한 모습과 달리 말랑말랑한 하늘로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그는 “생각보다 유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날카로운 이미지를 원해서 만나자고 했던 감독님께서 놀라고 실망한 적도 있다.
실제로는 낯가림도 심하고 말도 잘 못 하는 면도 있다.
늘 예의를 갖추고 싶고 영화에 관심을 두시는 분들한테 진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며 “경상도 사람인 제가 긴장을 풀고 편하게 이야기하면 화났냐, 기분 안 좋냐는 마을 들을 때도 있다.
늘 조심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좀 다르게 다가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홍내는 하고 싶은 작품도, 배역도 많다.
연기하고 싶은 배역으로 운동선수를 꼽았다.
“운동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다.
‘폭스캐처’(2014) 같은 영화를 하고 싶다.
운동선수들은 정말 매력적이고 멋진 분이다.
스포츠만 바라보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그런 선수들한테 매력을 많이 느낀다.
멋진 운동선수들의 삶을 표현해보고 싶다.


사진=엣나인필름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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