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6조+α 종합지원 발표
美·日, 반도체 육성 ‘물량 공세’
韓, 정책금융 등 간접 지원 확대
“70% 이상 중소·중견기업 혜택”
“큰 그림 없이는 정책 효과 못 봐
팹리스·소부장… 핀셋 지원해야”
일각 ‘직접 보조금’ 필요성 강조
정부가 글로벌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 참전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대규모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기존 대비 인프라 구축시간 절반 단축 등 ‘속도전’에 주안점을 뒀다.
아울러 금융 지원, 기업 연구·개발(R&D) 투자금 세액공제 연장과 같은 간접적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나아가 이번 정책 지원의 7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는데, 대기업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금융, 인프라, 연구·개발과 중소·중견기업 지원하는 26조 원 규모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 을 발표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의 역사를 보고 있는 모습. 뉴스1 |
◆尹 정부, ‘반도체 지원’ 총력전
윤석열정부가 23일 발표한 ‘26조원+α’ 규모의 추가 반도체 종합 지원책은 주요국 간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대응책인 동시에 국내 생태계를 일으켜 세우는 민생대책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가 민생이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일 모두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각 부처는 반도체 종합지원 프로그램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꼼꼼하게 챙기고, 장관은 여야 가리지 않고 국회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 설명하고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회의 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함께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방안도 윤 대통령의 이러한 위기의식과 맥락을 같이한다.
금융, 세제, 국토·교통, 환경 등 범정부적으로 정책이 마련됐다.
보조금 지원과 같은 직접적 지원책보다 남은 임기 3년간 17조원 규모의 우대금리 대출 프로그램, 1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인프라 신속 지원 강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적용기한 연장과 같은 간접 지원책이 담겼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을 열고 “어떤 나라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이 있는 거로 아는데, 우리도 거기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인프라 지원을 이번에 확실히 하겠다는 것을 밝혔다”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인프라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것도 어떻게 말하면 ‘시간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칩 워’ 속 한국 참전 본격화
정부의 대규모 ‘종합 패키지’ 지원책은 전 세계의 ‘반도체 전쟁’ 기류와 맞물리면 당연한 조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22년 8월 ‘반도체 지원법’을 공포한 뒤 ‘제2의 반도체법’을 시사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사업에 국내외에서 600개가 넘는 투자의향서가 몰려들면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취임 직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목표 아래 반도체법 제정을 추진해 이듬해 8월 2800억달러(약 382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반도체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일본 정부도 자국 반도체산업 부활을 위해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2021년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유치한 이후 1조2000억엔(10조4300억원)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자국 반도체업체 라피더스의 첨단 반도체 개발에는 9200억엔(8조원)을 투자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액이 최근 3년간 약 9조엔(78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71%에 해당한다.
대만도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 이어 라이칭더(賴淸德) 신임 총통은 후보 시절 선거공약으로 ‘타오위안·신주·먀오리 대(大) 실리콘밸리 계획’을 내세웠고, 대만 정부는 올해 초 2027년까지 4년간 1000억대만달러(약 4조20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착착’ 23일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소재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의 모습. 정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반도체 산업에 ‘26조원+α’ 규모로 추가 지원하는 종합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용인=연합뉴스 |
◆업계, 정부 지원 확대 긍정적 평가
산업계는 정부의 지원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정부 정책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정책금융을 늘리는 부분도 의미가 있다”며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때 투자 자금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은 사업 진행 후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77%, SK하이닉스는 1.16% 상승하며 20만원을 기록했다.
정교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장)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나 소부장 업계에 대해 돈만 주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큰 그림이 없다면 효과 없이 돈만 뿌리는 것이다.
팹리스·소부장 기업마다 자금, 기술, 인력 등 바라는 지원이 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외국 회사를 유치해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직접 보조금은 중소기업 지원이나 해외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된다.
세제나 금융 지원은 대기업에 메리트가 되는 지원”이라고 덧붙였다.
이도형·박지원·이진경 기자, 국제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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