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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물가] 정부 헛발질에 '금겹살' 우려↑...농가는 울상
아주경제 기사제공: 2022-06-30 07:00:00

지난 5월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산 돼지고기. [사진=연합뉴스]

한돈 업계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을 두고 곡소리를 내고 있다.
물가 상승세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이 뛰면서 삼겹살이 ‘금(金)겹살’로 불리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수입 품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널뛰는 요인으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꼽히지만, 정부가 한돈 업계 지원책 마련이 아니라 수입 문턱을 낮추자 국내 축산 농가에서는 물가와 식량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돼지고기 가격 '고공행진'...정부는 수입 문턱 낮춰
29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한 가운데 돼지고기가 20.7% 급등세를 보였다.
전달 보다는 2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돼지고기 생산자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1.8%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4.8% 급등했다.
총 생산자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추후 돼지고기 가격 인상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7월부터 돼지고기를 비롯해 밥상 물가 관련 13개 수입품목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를 도입하는 것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할당관세를 적용 받는 돼지고기는 5만톤(t)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물 가격 안정 및 축산물 수입국 다변화를 위한 것”이라며 “국내산 가격 안정을 위한 특별사료구매자금 지원,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소비 쿠폰 활용 등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돈 업계에서는 돼지고기에 대한 정부 정책이 수입 품목 위주로 형성돼 장바구니 부담을 덜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22.5~25% 수준인 수입 돼지고기 관세가 한시적으로 사라지면 가격이 최대 20% 정도 인하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에 들여오는 돼지고기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라 대부분 무관세로 들여와 가격 인하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수입산 돼지고기는 식당이나 가정에 곧바로 보급되지 않고 햄·소시지 등 제조나 냉동 가공용 정육 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여러 유통 단계를 거쳐서 판매된다.
이에 밥상 물가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는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급등한 곡물 가격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4월 일일 돼지 도축 수는 7만8866두로 공급 물량은 전년 대비 약 2400두 증가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공급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돼지 사료에 쓰이는 옥수수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곡물 수출이 마비됨에 따라 국내 농가는 생산 비용 증가 부담을 겪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크라이나는 세계 4위 옥수수 수출국이고 러시아는 세계 6위다.
한돈자조금에 따르면 옥수수 가격은 2020년 12월 1kg당 209원에서 2022년 395원까지 올랐고 올해 9월에는 510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돼지고기 중 인기 있는 부위인 삼겹살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외식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한 여파도 받았다.
한돈자조금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삼겹살 1kg당 소비자 가격이 2만8230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약 19.4%(4582원/kg) 상승했다.
 
한돈 농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물가도 못 잡을 것"

지난 6월 2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사진=연합뉴스]

한돈 농가 관계자는 “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돼지 한 마리를 키울 때마다 작년보다 6만원씩 손해를 보는 형편”이라며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이한 농가들은 일시적인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빠르면 올해 7월부터 사룟값 추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올 하반기 닥칠 경영난에 대한 농가 근심이 큰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생산비가 전년보다 10만원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돼지 농가 약 30%가 도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사료 구매자금에 대한 금리 인하 등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농가에 특별사료구매자금 총 1조5000억원을 1% 금리로 지원하고 사료업계의 의제매입세액 공제 한도를 기존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높아진 한돈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수입육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염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량안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국내 돼지고기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미 유통업체들은 관세 인하에 맞춰서 수입 돼지고기 할인 행사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에 나섰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각 대형마트는 오는 30일부터 캐나다산 수입 돈육 가격을 인하해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오는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캐나다산 삼겹살 가격을 20.2% 할인하며 캐나다산 목심은 16.9% 인하한다.
홈플러스도 캐나다산 수입 돈육을 최대 40% 할인해 판매하며 이마트도 할인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할당 관세 인하 등을 통해 수입육을 풀어버리면 소비자들이 당장 조금 낮은 가격으로 돼지고기를 구입할 수는 있지만, 농가들에게는 사룟값 등 제반 비용이 올라가는 분위기에서 죽으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에 관련 정책을 펼칠 때 생산자들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며 “수입 돼지고기가 대부분 2차 가공육으로 사용되는데, (수입육) 가격을 낮추면 소비자 물가를 잡는 것이 아니라 가공 업체를 먹여 살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내달부터 돼지고기 수입육 5만톤이 들어오기 시작하지만, 정부가 마련할 농가 지원 대책은 아직 검토 단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농가들을 위해 추경에 반영한 사료비 지원에 이어 자조금을 이용한 소비 촉진, 도축 수수료 감면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6월 들어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고, 그동안은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소비자 가격이 높았다”며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자 국내산도 따라 오른 면도 있는데, 도매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소매가격도 시차를 두고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석준 기자 mp1256@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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