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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공기업 대표 욕받이”…‘눈덩이 적자’ 한전의 한탄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7-02 19:38:21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연일 ‘한국전력 때리기’에 나서자 한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전 내부에서 “우리가 공기업 대표 욕받이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인한 ‘눈덩이 적자’ 책임을 한전에게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1일부터 kWh당 5원씩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인상으로 4인 가족 월평균 전기요금이 1535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부가가치세(10%)와 전력기반기금(3.7%)을 합하면 실제 오르는 전기요금은 약 1700원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요금 구성요소 중 하나로 국제유가 등 연료비 변동폭에 따라 분기별로 조정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씩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본래 분기별 연료비 조정단가 최대 인상폭은 kWh당 3원으로 제한돼 있었다.
다만 정부는 기존 규정을 개정하며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폭을 연간 최대 한도인 5원까지 끌어올렸다.



1분기에만 7.8조 적자…한덕수 "민간이면 이미 도산"

정부가 고물가 부담에도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한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값비싼 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었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지체돼 한전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미 지난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전체 적자(약 5조9000억원)를 2조원 가량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한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가 지난달 21일로 예정됐던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일주일 가까이 늦춘 것도 한전이 마련한 자구책이 미흡하다고 판단해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전 자구책은) 있는 건물을 파는 것뿐이지 본인들 월급 반납하겠다는 건 한 번도 안 하지 않았는가”라며 “한전이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직원이 희생하는 기본 임무를 한 건 몇 달 안됐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한전이 민간 기업이었으면 도산했을 것”이라며 “도산하면 월급 깎는 게 아니라 날아간다”고 덧붙였다.



한전 불만 고조…정부는 고강도 개혁 예고

이에 한전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전이 ‘적자 늪’에 빠진 건 공기업이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인데 모든 책임을 한전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전 내부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블라인드 게시글을 통해 “전기요금은 (한전) 경영환경과 무관하게 정부나 정치인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은 물론 인건비와 복리후생까지 모두 통제하는 상황에서 모든 잘못을 ‘방만경영’ 프레임으로 공공기관에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 기조를 택했지만 한전 내부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말 한전 등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미 재무위험기관에 이달 말까지 ‘5개년 재정건전화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다만 본격적인 공공기관 개혁에 앞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공기업의 급속한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한전 적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자본잠식은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정책에 따른 결과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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