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의장이 올해에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올해부터 친족의 경영 불참여 등 예외기준에 해당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가 처음으로 마련됐는데, 쿠팡이 이런 요건을 충족하면서다.
블록체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HD현대는 신규 선박 수주에 힘입어 재계 순위 8위로 올라섰다.
 | | 쿠팡. 뉴스1 |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8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318개)을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으로 지정·통지했다고 15일 밝혔다.
작년 대비 기업집단은 6개, 소속회사는 242개 증가했다.
공시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으로 대규모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공시 등 각종 공시의무를 지고, 사익편취행위 규제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동일인도 함께 지정하는데, 관심을 모았던 쿠팡 김범석 의장은 이번에도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올해부터 국적과 무관하게 동일인을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기준(시행령)이 마련됐는데, 김 의장이 이를 충족하면서다.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사의 범위가 동일하고△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고△해당 자연인의 친족도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임원재직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는 등 사익 편취 우려가 없는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쿠팡과 두나무는 이런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조사돼 쿠팡 김범석 의장과 두나무 송치형 회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하게 됐다.
김 의장의 동생과 처제는 쿠팡Inc 소속으로 국내에서 파견 근무 중이지만 이사회 참여 등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시행령 개정을 촉발한 김 의장이 오히려 제도 개선의 혜택을 입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일인으로 지정된 총수는 공시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대기업집단에 지정됐지만, 김 의장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매번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공정위가 통상 마찰을 우려해 쿠팡에 유리하게 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쿠팡·두나무와 같은 신생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에 대해 “오히려 종전에는 뚜렷한 기준 없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던 쿠팡도 이제는 시행령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김범석 의장도 당연히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게 됐다”면서 “기존 기업집단들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예외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투명한 지배구조로의 이행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 하이브. 연합뉴스 |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해상화재보험, 영원, 대신증권, 하이브, 소노인터내셔널, 원익, 파라다이스 7곳이 공시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케이팝의 세계화, 엔데믹 이후 소비심리 회복에 따라 엔터테인먼트업의 하이브, 카지노·관광업을 주력으로 하는 파라다이스 등이 성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신규 선박 수주에 따른 계약자산 증가로 HD현대가 8위로 한 계단 올라 9위였던 GS와 순위가 바뀌었다.
공정위는 이차전지·온라인 시장 등 신산업 성장에 따라 작년 최초로 공시집단에 이름을 올렸던 에코프로가 종전 62위에서 47위로 상승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으로 지정됐고, 쿠팡도 공정자산 증가로 순위가 18위(45→27위) 올랐다고 밝혔다.
상출집단은 종전에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으로 지정됐는데, 올해부터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집단’으로 기준이 수정돼 10조4000억원 이상으로 지정 기준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이 이 기준에 미달돼 제외되는 등 올해 48개 집단이 지정·통지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상출집단이 되면 공시의무에 더해 계열사 간 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등의 의무가 추가된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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