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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과의 만찬 전 접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 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하더라"며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언급했다.

김상희 국회 부회장이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며 "젠더 갈등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히자 윤 대통령이 대답한 것이다.

그간 '능력주의'를 표방하며 여성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 내각은 상대적으로 서울대, 남성, 50∼60대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세간에서 '서오남'이라는 조어가 붙었다.
특히 국무총리를 포함해 전체 19명의 국무위원 중에 여성은 3명(김현숙·이영·한화진)이고, 차관 및 차관급 인사 41명 중에 여성은 2명(이노공·이기순)뿐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여성가족부 폐지 예고, 내각의 여성 비중이 적은 점을 두고 여론과 외신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여성의 내각 비율이 적다는 점을 지적받은 받았다.
또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 선정한 미국의 타임도 인물평에서 젠더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포퓰리스트 지도자'(The populist leader)라 규정하기도 했다.
타임은 "이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경제적, 정치적 분열을 치유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이런 약속은) 반페미니스트 수사를 무기화해 갈등을 부추긴 선거 운동 이후 필요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새 정부의 첫 총리인 만큼 신중하게 (임명 동의를) 했다.
이제는 여권이 화답할 때"라며 "여야 협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건 국민통합, 격차해소, 신성장동력이다.
정치를 하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과 함께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윤 대통령이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평화를 지키면서 평화를 만드는 과정도 함께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젠더 문제 이외에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당시 국민의힘 대다수·부처 장관들·참모진을 이끌고 참석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께서 이제 5·18 기념식과 관련해 여야 갈등이 없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국회와의 꾸준한 소통도 당부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대통령실이라고 하는 게 권위적이고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며 "이런 변화를 만들어주신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서 윤 대통령과 의장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했을 당시 나눈 이야기도 언급했다.
먼저 박 의장은 "제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원 의원을 얼마나 했나'고 물었더니 윤 대통령이 (옆에서) '상원 의원 36년, 부통령 8년 했다'고 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나한테 얼마나 했냐고 하길래 '22년'이라고 했더니 웃더라"고 회상했다.
박 의장은 국회 최다선인 6선 의원이다.
이어 "한국에서 제일 오래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기준에서 (아직) 주니어죠"라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도 "이 방(집무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중학교 다닐 시절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우리가 김포공항 대로변에 나가 환영한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포드 때부터 상원 의원이었다'고 (말하더라)"고 전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바이든 대통령 만찬 당시 박 의장을 뒤늦게 초청됐던 일화도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만찬 당일) 아침에 (박 의장에게) 전화를 드려서 '어제 국무총리 인준 감사드리고, 이따가 저녁에 뵙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박 의장이) '저는 대상이 아닌데요'라고 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고 말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당시에) 국빈 만찬이 아니어서"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만찬에 와달라고 뒤늦게) 전화가 와서 '저녁에 약속도 있고 안 가는 것으로 하겠다.
감사의 말씀만 전해주십시오' 했더니 (이 수석이) '안 된다'고 그래 가지고"라고 답하자 장내 일대에 다시 폭소가 터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외교부에 뭐라 하니까 아마 외교부 의전장이 (박 의장을) 직접 데려왔다"고 말했다.

한편 접견에는 박 국회의장과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다.
다만 국민의힘 몫으로 뒤늦게 선출된 정진석 부의장은 올해 12월31일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접견 후 진행된 만찬은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오후 6시46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