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 징계 심의 시작
“윤핵관에 기획된 윤리위? 부적절”
이양희 위원장, 합리적 심의 강조
李, 출석해 소명… 정면 돌파 의지
측근 김철근 “7억 각서 李와 무관”
대통령실 “당무 언급 적절치 않아”
李측 공개발언으로 윤리위 압박도
김근식, “‘도로 한국당’ 회귀” 경고
국민 3명 중 1명 “李, 자진 사퇴를”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 관련 징계 심의를 위한 회의를 연 7일 하루 동안 당은 말 그대로 ‘폭풍 전 고요’를 방불케 했다.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당내 주요 인사들은 침묵을 지키며 윤리위 회의 결과를 주시했다.
이 대표 측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이양희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윤리위원들은 이날 오후 7시쯤 국회 본관에서 모여 이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심의를 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요즘 터무니 없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 윤리위를 폐지할 권한이 당대표에게 있다 등의 반응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당원들이 마땅히 준수해야할 윤리 강령과 규칙을 판단한다면 스스로 윤리위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윤리위원들은 어떠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종일 당대표실 비운 이준석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에 대한 징계 심의를 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국민의힘 당대표실이 텅 비어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윤리위는 이 대표와 더불어 그의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심의도 했다.
김 실장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해당 의혹 제보자인 장모씨를 만나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윤리위 심의에 출석해 한 차례 소명했으나, 윤리위는 직권으로 그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김 실장과 이 대표는 차례로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했다.
김 실장은 오전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증거인멸 사실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 징계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증거인멸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 외에도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실장은 또 “장씨에게 7억 투자유치 각서를 써준 건 그야말로 호의로 한 것이고,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 일과 무관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부인했다.
이 대표는 공개 일정 없이 국회 밖에서 머물다 저녁에 당대표실로 향했다.
그 사이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아직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되면서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한 자리에 모이는 장면도 볼 수 없었다.
이 대표와 번번이 충돌을 빚은 일부 최고위원이나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의원들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대통령실도 말을 아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이 대표 징계 관련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집권여당과 힘을 모아 지금 민생경제 위기를 잘 돌파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당내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은 국민이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 윤리위를 압박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BBS라디오에 나와 “정치가 아니라 팩트에 기반해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게 옳은 결정”이라고 역설했다.
박민영 대변인도 YTN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내려오는 것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당 통일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SNS 게시글에서 “강성보수 지지층의 이준석에 대한 미움만으로 강제로 끌어내린다면 그야말로 ‘도로한국당’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대표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심의를 앞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실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런 가운데 국민 3명 중 1명은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 대표의)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23.3%, ‘당 윤리위원회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20.7%,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17.8%, ‘잘 모르겠다’는 4.5%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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