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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지난달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에서 잡은 '우럭'에서 허용 기준치보다 180배 높은 세슘이 검출돼 국민 불안감이 높아졌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전경.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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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세슘 기준치 180배 '우럭'에 '그물 설치'가 대책?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다량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달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에서 잡은 '우럭'에서 1㎏당 1만8000베크렐(Bq)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어. 우리나라와 일본 세슘 허용 기준치는 1㎏당 100㏃이야. 무려 180배나 높은 셈이지. 문제의 우럭은 크기 30.5㎝에 중량 384g짜린데, 원전 1∼4호기 방파제로 둘러싸인 곳에서 잡혔대. 이곳은 방사성 물질 농도가 비교적 높은 배수가 흐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세슘 범벅' 물고기가 나타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맞아. 같은 장소에서 4월에 잡은 쥐노래미에서도 1200Bq/kg의 세슘이 검출됐어. 작년 1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도 각각 300Bq/kg과 1400Bq/kg, 2021년 2월에 잡힌 우럭에서도 500Bq/kg의 세슘이 검출된 적 있어. 사실 문제는 수산물에만 있는 게 아니야. 환경운동연합 자료에 따르면 작년 5월 후쿠시마현 하마도리 지역에서 채취한 산나물 중 두릅과에서 최대 1만7493베크렐/kg 세슘이 나온 적도 있었다고 해. 후쿠시마 현 외 인근 현의 농산물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검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그런데 세슘은 왜 위험한 거야?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칼륨과 비슷한 화학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야. 칼륨은 우리 몸의 세포, 신경, 근육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꼭 적당량 섭취를 해줘야 해. 그런데 우리 몸이 칼륨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대신 세슘을 적극적으로 흡수한대. 세슘이 칼륨의 이동 경로를 따라 온몸 구석구석으로 침투하게 되는 거지. 많은 양의 세슘에 노출되면 불임증·전신마비·백내장·탈모 현상을 일으키고, 골수암·폐암·갑상샘암·유방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뉴시스 제공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7월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텐데, '세슘 물고기'를 먹게 될까 봐 불안할 수밖에 없잖아. 어떻게 조치하기로 한 거야?

-도쿄전력은 물고기들이 항만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물을 설치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도 후쿠시마 수산물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원안위 차원에서도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고. 해양수산부도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은 없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재차 강조했어. 그런데 물고기야 그물로 막으면 되지만, 오염된 바닷물은 우리 바다로 흘러올 수 있는 거잖아. 그 바닷물에 오염된 물고기가 내 밥상에 오를 수도 있는 거고. 국민이 안심할 만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봐.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던데. 다른 나라들, 특히 주변국들 반응은 어때?

-피오 티코두아두아 피지 내무부 장관은 3일 제2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한다면, 왜 일본 안에 두지 않느냐"며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어. 하마다 야카즈 일본 방위상이 참석한 자리에서 대놓고 쏘아붙인 거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후쿠시마산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중국도 '해양 방류를 저지하자'는 입장을 밝혔어.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태평양을 자기 집 하수도로 삼고 있다"며 "이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어. 홍콩도 마찬가지야. 쓰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도 같은 날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경우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산 수산물의 수입 금지를 포함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어.

-6월 말이면 오염수 배출의 안전성을 검토한 최종 결론을 담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야. 지금까지 중간 보고서를 봐서는 '일본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여. 그렇지만 아무리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세슘 우럭'이 나타난 이상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은 주변국을, 우리 정부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모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YWCA연합회 소속 활동가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촉구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방사능의힘', '일본의힘'…민주당, 반일 감정 노림수?

-민주당은 연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후쿠시마 핵 오염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을뿐더러, 오염수가 전혀 유해하지 않다면 일본이 무리해서 방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어.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후쿠시마 항만에서 기준치 180배의 '세슘 우럭'이 잡혔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 우리나라 수산업계가 직격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잖아. 그런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

-맞아. 국민의힘은 "광우병 사태와 똑같은 괴담 선동"이라며 민주당을 비난하고 있어. 특히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7일 '세슘 우럭'에 대해 "우리 바다에 올 일 없다"고 주장했어. 민주당은 여당과 정반대의 시각이야. 민주당의 핵심 논지는 우리 바다에서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친일' 프레임에 신경 쓰는 것처럼 비치더라고.

-몇몇 사례를 고려해 보면, 그런 시각도 전혀 근거가 없진 않을 듯해.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은) 후쿠시마 오염수로 국민 밥상을 위협하는 일본의 대변인 노릇도 자처하고 있다"고 주장했어.

-강선우 대변인은 5일 서면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 국민의힘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추진을 규탄하는 민주당의 장외집회에 대해 '괴담 정치', '친일몰이 막장 드라마'라고 지적한 데 대해 반박했어.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일본의힘'도 부족해 '방사능의힘'인가"라면서 "제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아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비판했어.

-4일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어. 박성준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국민의힘의 진짜 이름은 일본의힘이냐"고 했어. 그는 "국민의힘의 눈에는 우리 국민의 우려와 걱정이 괴담에 선동된 모습으로 보이냐"면서 "국민의힘에 국민은 없고 일본만 있으니 '일본의힘'이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라고 했어.

-국민의힘 측에선 민주당이 김남국 무소속 의원(민주당 탈당)의 코인 사태와 전당대회 돈 봉투 논란,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사퇴 논란 등 여러 악재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어. 국면 전환용이라는 것인데,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국민 안전과 관련이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봐.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 자녀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선관위원 전원 사퇴 및 감사원 감사 즉각 수용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여야, 곳곳서 내로남불 경쟁(?)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다 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를테면 여야 모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 이른바 '내로남불' 적인 행태를 스스럼없이 보일 때가 있어.

-맞아. 최근에 여권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선관위의 자녀 특혜 채용 논란 등의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그 장면에서 문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생각나더라고.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에도 재난안전관리 주무 부처의 수장인 이 장관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끝까지 사퇴를 거부했어. 국민의힘은 이를 옹호했지.

-발언 논란은 있어. 최근에 민주당에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가 10시간이 채 안 돼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어. 이 이사장이 과거 '천안함 자폭설' 등을 제기한 게 문제가 됐지. 태영호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제주 4·3 사건 김일성 지시설"이 떠오르더라고.

-국민의힘은 친윤계가 장악하고, 민주당은 '개딸'에 끌려다닌다는 것도 어떤 면에서 비슷한 것 같아. 강성 지지층에만 호소한다는 점에서 말이야. 양당이 서로 자기가 잘할 생각은 안 하고 상대가 뭐 잘못한 게 걸리길 바란다는 점도 그래.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에서 양당 지지율이 비슷하면서 무당층이 늘어가는 건 이런 모습에 대한 환멸 때문이겠지.

-이 분야 최고는 인사 문제 아닐까? 현 정부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공직자에 대해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어. 그런데 지금 대법관 인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후보들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 결국 자신의 입맛, '코드'에 안 맞는 인사를 거부하겠다는 뜻이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알 박기 인사'라며 사퇴를 압박하는 것도 그래.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전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을 물러나게 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잖아.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물론 어느 쪽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정말 맥이 빠지는 건 이런 일들에 어느 쪽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는 거야. 침묵하며 버티다가 "쟤네가 더 나빠", "왜 우리한테만 그래"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여야가 하는 똑같은 말이라면 언론 얘기가 빠질 수 없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언론 환경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여러 차례 토로했어. 지금은 정부·여당이 "언론이 좌편향되어 있다"며 칼을 빼 들잖아. 언론은 대체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진 걸까? 분명한 건 권력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는 거야.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외 여러 행사에서 여러 차례 '자유'를 강조했어. 그 자유를 지금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 봤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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