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비례제’ 숙제 남긴 총선
민주·국힘 득표율 차이 5.4%P 불과
의석은 71석 차… “단순다수제의 맹점”
승자독식 구조 극단적 대결정치 조장
‘준연동형’도 꼼수 위성정당에 무력화
22대 국회 선거구제 개편 논의 관측도
“당리당략 자유로운 전반기 추진해야”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제22대 총선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맹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숙제를 남겼다.
2위 이후 후보들 표가 모두 사표(死票)가 되는 승자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에서는 거대 양당 간 극단적 대결정치를 조장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마저 여야 꼼수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무력화했다는 지적이다.
 | 거대 양당 극단정치 바꿔야…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6일 국회의사당 모습. 남정탁 기자 |
◆득표율은 5.4%P차, 의석은 71석차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4개 지역구의 총투표수 2923만4129표는 민주당 1475만8083표(50.5%), 국민의힘 1317만9769표(45.1%)로 나뉘었다.
양당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 그러나 의석수는 민주당이 전체 지역구의 63.4%인 161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이보다 절반을 갓 넘긴 90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후보자들이 텃밭 지역에서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반면 수도권 등 접전 지역에서는 석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화 이후인 1988년 13대 총선 때 다시 적용된 소선거구제하에서 줄곧 나타났던 양상이다.
21대 총선 때는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49.9%,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이 41.5%를 득표했지만 의석수는 163석 대 84석으로 벌어졌다.
전체 사표 비율은 43.73%로 집계됐다.
20대 총선에서는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이 38.3%를 득표해 민주당(37.0%)보다 많은 표를 얻었지만, 가져간 의석은 새누리당 105석·민주당 110석으로 민주당이 오히려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다수제가 가진 맹점”(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이자 “소선거구제의 구조적 요인”(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이라고 짚었다.
2위 후보보다 단 1표라도 많이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이기에 거대 여야에 유리하며, 상대 후보·정당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소선거구제의 최대 수혜자는 기호 1번과 기호 2번”이라며 “제3, 제4, 제5당을 원내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서 결정적 장애물이 소선거구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소선거구제의 ‘뜨거운 맛’을 본 만큼 22대 국회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선거구 규모를 키워 여러 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김형철 교수는 “중대선거구제에선 비례성·대표성·다원성이 위축되고 약화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관옥 소장은 “중대선거구제에선 사표가 줄긴 하지만, 한 선거구에 다수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주요 정당의 공천권이 커지고 기성 정당의 세만 불릴 수 있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1990년대 중반 파벌·금권 정치의 폐해가 커지면서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전환한 바 있다.
◆민의 왜곡한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써 도입된 것이 비례대표제다.
거대 여야의 의석 싹쓸이를 방지하고 원내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의도도 담겼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았더라면 ‘다당제 실현’이라는 취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갔을 수도 있다.
가령 22대 총선에서 24.25%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한 조국혁신당은 여야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산술적으로 31석(현 12석)을 차지하게 된다.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아 비례의석을 더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국혁신당도 더욱 선명한 야당임을 내세워 위성정당 창당의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조국혁신당 득표를 더불어민주연합에 넘겨주게 되면 개혁신당이 11석(현 2석)을 차지하게 된다.
 | 지난 10일 논현1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전문가들은 비례대표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성정당 방지법’과 ‘비례의석 확대’를 제안했다.
김형철 교수는 “비례 의석이 확대되면 위성정당을 통해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유인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관옥 소장은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두 정당이 그걸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모든 문제의 출발은 선거제도 확정 시기가 너무 늦어졌다는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는 당리당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반기에 선거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또 똑같은 행태가 4년 뒤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최우석·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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