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만에 참패 수습 첫발 떼
윤재옥 “공정하게 전대 관리할 분”
일각선 ‘당 쇄신 노력 부족’ 시각
윤상현 “무난한 비대위… 혁신 의문”
‘당원 투표 100%’ 전대 룰 개정 압박
새 원내대표 이철규 카드도 우려
“다른 후보 없으면 선거 연기해야”
국민의힘이 29일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황우여(77·사진) 당 상임고문을 내정하며 총선 참패 수습의 첫발을 뗐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4·10 총선 다음날 사퇴하며 당대표직이 궐위 상태에 놓인 지 18일 만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선자 총회에서 황 상임고문 인선안은 만장일치로 추인됐다.
그러나 ‘황우여 체제’가 총선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 여론도 많다.
수도권, 원외 인사들이 쇄신책으로 요구하고 있는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룰 개정’ 여부가 당장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물난 속에 황우여 발탁한 與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당선자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황 상임고문에 대해 “덕망과 인품을 갖추신 분”이라며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윤 권한대행은 그동안 당 중진뿐 아니라 낙선 의원들에게까지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줄줄이 고사를 당했다.
차기 전대를 준비하는 임기 두 달가량의 관리형 비대위원장이라 권한은 적은데, 전대 룰 세팅 등 복잡한 문제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음 달 3일 선출이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황 상임고문이 막판에 수락하며 리더십을 재정비할 수 있게 됐다.
당선자들은 대체로 ‘황우여 비대위원장’ 지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당선자는 “정치 경험이 많으시니까 잘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4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은 “무난한 인선”이라고 했다.
5선 출신의 황 상임고문은 2013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냈고, 이후 박근혜정부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역임했다.
 |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우여 당 상임고문이 앞으로 두 달가량 당을 이끌며 전당대회 준비를 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돼 인준을 받았다.
이제원 선임기자 |
◆“전당대회 룰 개정으로 쇄신해야”
그러나 이날 내정을 두고 당 주류가 총선 참패에도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 역시 적지 않다.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은 ‘황우여 체제’에 대해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어떤 혁신의 그림을 그려나갈지 잘 모르겠다”며 “관리형 비대위 자체가 무난하게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수도권 낙선자는 통화에서 “당이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니라 안 차리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며 “당을 이끌 사람이 아니라 대신 매 맞아줄 유순한 원로를 뽑은 것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황 상임고문 내정을 ‘고육책’으로 표현하며 비대위원 인선 등에서 쇄신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날 당선자 총회에선 수도권 당선자와 낙선자를 비대위원으로 발탁해 총선 패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도권 당선자는 통화에서 “민심을 반영하는 전당대회 룰로 개정하는 게 쇄신의 방향”이라며 “황 상임고문이 이 작업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지난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
◆이철규 추대 분위기에 친윤도 우려
당 리더십의 다른 한 축인 차기 원내대표를 두고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일이 4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 외에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당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친윤계 내부에서도 공천 실무를 맡아 총선 결과에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 의원은 통화에서 이 의원 외 원내대표 후보군이 없는 데 대해 “빨리 지도부를 꾸리자는 취지로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당겼는데, 이렇게 아무도 안 나오면 의미가 없다”며 “정 안 되면 (선거 일정을) 늦추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선자 총회 비공개회의에서도 다른 친윤 의원으로부터 이 같은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권한대행은 이에 “다음 달 1일 후보 등록일에 등록하는 후보가 한 명도 없으면 자연스럽게 연기되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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