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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한수원, 월성원전 수익저평가 모른척…산업부는 지시"
기사작성: 2020-10-20 15:07:04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감사원은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이용률 변화로 전기판매수익이 낮아질 수 있는 변수를 알고도 회계법인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같은 의사 결정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산업부, 전기판매수익 '저평가' 묵인"

감사원은 지난 2018년 6월11일 삼덕회계법인이 한수원에 낸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최종안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경우의 경제성이 즉시 가동을 중단할 경우보다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 내렸다.


삼덕회계법인이 이런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원전 이용률과 전기판매 단가 데이터 등을 제대로 보정하지 못하도록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5월3일, 5월7일, 6월11일 세 차례의 경제성 평가에서 원전 이용률이 각각 '85%', '70%', '40%(비관)·60%(중립)·80%(낙관)'로 다르게 적용됐다.


이에 따라 원전 판매단가가 1kWh당 평균 63.11원, 60.76원, 51.52원으로 낮아졌다.
자연스럽게 예상 전기 판매수익도 1조3106억원→1조369억원→7511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감사원은 "최종 평가에서 적용된 '평균 이용률 60%' 자체는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 판매 단가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한수원과 산업부가 회계법인에 제대로 이를 설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한수원의 단가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되는 과정에 산업부도 개입했다고 밝혔다.


한수원과 산업부는 2018년 5월4일 회계법인에 향후 4.4년간 원전 판매단가를 전년(2017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바꾸도록 했다.
2017년 기준 한수원의 전망단가인 1kWh당 55.08원은 실제 단가 60.76원보다 9.3% 낮았다.


감사원은 "한수원의 전망단가에 따르면 실제 원전 이용률이 한국전력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 시 예상 원전 이용률보다 낮을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이용률을 산정하면서 규제 강화 등 이용률 저하 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전체 원전의 높은 이용률(84%)을 그대로 적용해 추정할 경우 실제 판매 단가보다 낮게 추정되는 사정을 알면서도 회계법인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토록 해 계속 가동 시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추정됐다"고 덧붙였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한수원 조기폐쇄 결정 유도"

감사원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2018년 4월4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방침을 내린 것이다.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은 위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고,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부는) 경제성 평가 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하였으며, 백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실제로 삭제하는 등의 행동을 해 감사를 방해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지난 2018년 당시 원전산업정책관 국장과 부하 직원은 감사원의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지난해 12월 실제로 삭제하는 등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용역 진행 과정에서 즉시 가동 중단하는 방안, 계속 가동하는 방안만 고려했다.
영구정지 운영변경 허가 시까지 가동하는 등 다른 대안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았다.
정 사장 역시 폐쇄 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해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하게 됐다"며 "한수원은 2018년 5월10일 정 사장 주재 긴급 임원 회의에서 '판매단가 등 입력변수를 수정해야 한다'는 부사장의 주장의 합리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의결한 안대로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5월11일 한수원 직원들이 회계법인에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예측되는 한수원 전망단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며 (정) 사장은 이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한수원 이사들, 배임은 아니다"…산업부 공무원은 징계요구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의 이 같은 경제성 평가 과정이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토 결과 한수원 이사들의 조기 폐쇄 의결로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고 ▲본인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임원들에게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한수원 이사들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의 비위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을 어긴 행위고, 엄중한 인사 조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백 전 장관이 2018년 9월 퇴직한 바 있어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만 해당 타당성 평가를 활용토록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에겐 '엄중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정 사장은) 월성1호기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거나, 한수원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과정에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의 국장과 부하 직원을 '국가공무원법 82조'에 따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실제로 삭제해 감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정부 탈원전 정책 계속될 듯…野 강력반발 전망

감사원이 산업부와 한수원의 타당성 평가 관련한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22일 산업부 종합 국정감사 등에서 야권의 강력한 정치 공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법상 직권남용 형사처벌 등과는 거리가 먼 조치가 때문이다.


산업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업계에선 산업부가 올해 발표할 예정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자력 발전량 수급 비중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월성 1호기 재가동 및 고리 2~4호기, 한빛 1호기 수명 연장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산업부 측은 전화 통화에 응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공식 입장 자료를 낼 지를 검토 중이란 입장으로 전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은 현재 감사 결과 보고서를 읽으면서 검토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낼지 안낼지를 판단한 뒤 이날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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