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되는 게 워낙 없어서 평소에 안 하던 것, 하기 싫어했던 것을 모두 해봤다.
수염도 기르지 않았는데 그래서 길러봤다.
”
LG 외야수 이형종(32)이 전반기 슬럼프 탈출을 위해 많은 것을 시도했음을 밝혔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억지로 하면서 변화를 주려 했고 이후 야구도 잘 되고 있다.
전반기 타율 0.218로 타자 전향 후 겪어보지 못한 부진에 빠졌던 그가 후반기 15경기에서는 타율 0.348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시작부터 좋았다.
후반기 첫 출장이었던 지난달 11일 잠실 SSG전에서 투런포 포함 5타수 3안타로 맹활약했다.
꾸준히 안타를 터뜨렸고 2일 잠실 NC전에서도 1회 결승타 포함 3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했다.
이형종이 궤도에 오르면서 LG 또한 침묵했던 타선이 살아나며 6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 LG 이형종이 2일 잠실 NC전에서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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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전 후 이형종은 “전반기에 워낙 못해서 나 또한 당황했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며 “나이로는 베테랑이지만 타자로서는 4, 5년차다.
아마 4, 5년차 타자들이 겪는 슬럼프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 같다.
슬럼프가 점점 깊어지고 타자로서 내 정체성도 흔들렸다.
비시즌에 준비도 많이 했고 정말 더 잘 하고 싶었는데 안 되면서 더 괴로웠다”고 고전했던 전반기를 돌았다.
2008년 LG에 특급 투수 유망주로 입단한 이형종은 반복된 부상으로 인해 야수로 전향했다.
2016년 야수로서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올랐고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매년 기록이 향상됐고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81경기 출장에 그쳤음에도 1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15로 특급 활약을 펼쳤다.
그만큼 추락에 당황했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형종은 “평소 싫어하던 것들을 일부러 했다.
수염을 기르는 것도 평소 안 하는 일이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 수염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수염이 났을 때 안타가 나와서 계속 면도하지 않고 길렀다.
그러다가 지난 일요일 안타를 못쳤고 그래서 바로 면도했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자존감을 다시 살리기 위해 책도 읽고 정말 싫어하는 걷기와 뛰기도 하고 있다”면서 “예전부터 어차피 훈련하면서 맨날 뛰는 데 뭐하러 여가시간에도 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많이 했지만 러닝 머신을 탄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 번 제대로 러닝머신을 뛰어보기로 했다.
러닝머신을 뛴지 15일 정도 됐는데 여전히 뛰는 게 싫다.
그러나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을 해냈다는 마음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형종은 “지금까지 매번 너무 더 잘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홍)창기를 보면 공을 정말 잘 보면서 출루를 잘 하지 않나. 나도 공을 잘 보면서 출루해볼까 생각을 했다.
공을 잘 보면서 멀리도 치는 타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자신을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며 “다행히 후반기에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
숫자로도 그게 나온다.
안 될 때도 ‘노력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내 자신을 위로한다.
이런 마음을 먹으면서 여유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시즌의 반을 고통 속에서 보냈지만 나머지 반은 순조롭게 가고 있다.
이형종은 “지금 나와 우리팀 모두 기세가 좋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물론 팀이 질 때도 있겠지만 져도 잘 지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경기 전에 야수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파이팅을 외친다.
그 날 경기 이기면 파이팅을 외친 선수가 계속 하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파이팅을 외친 날부터 1무 6승이다.
내일도 파이팅 외쳐서 꼭 7연승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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