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볼넷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올시즌 10개구단은 701경기에서 5738개(26일 현재)의 볼넷을 양산했다.
지난해 5314개, 2019년 4749개(이상 720경기 기준)보다 많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으니 타자들은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밀지 않았고, 투수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어 경기 시간은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시즌 100볼넷 이상 얻어낸 타자는 2016년 김태균(108개·현 KBSN스포츠 해설위원) 이후 5년 만에 등장했고, 2015년 이후 6년 만에 100볼넷 타자가 세 명 이상인 시즌을 치렀다.
가뜩이나 경기 질이 떨어지는데, 볼넷으로 시간을 허비하니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심판위원회와 협의 해 심판 판정 시스템을 개편했다.
정확성과 일관성에 방점을 찍은 기존 평가 체계를 스트라이크존을 규칙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해 운용의 묘를 살리는쪽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볼 판정이 고과산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심판진의 하소연도 반영했다.
“목수가 대패질을 계속 하면, 처음과 모양은 같아 보이지만 크기가 작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심판진의 주장은 투구추적시스템(PTS)을 기준으로 볼 판정 고과를 평가한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는지를 대변한다.
스트라이크존을 규칙대로 적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오늘부터 상하좌우 모두 볼 한 개씩 넓게 볼 거야’라고 다짐한다고 스트라이크 콜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수 만번 반복훈련을 통해 자기만의 존을 설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판 판정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심판위원회도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단시간에 눈에 띌 만한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라며 “그래도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국제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
투타 모두 한 단계 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바깥쪽 보더라인을 스치듯 날아오는 공이 가슴 높이라면 정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커트는 할 수 있겠지만, 제구된 바깥쪽 높은 공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타자는 KBO리그에 많지 않다.
몸쪽 무릎 높이를 파고드는 공도 마찬가지다.
올해까지 볼이었던 공이 갑자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타자 개개인도 주심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는데 이를 한 순간에 바꾼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스프링캠프 평가전과 시범경기만으로 모두가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투수는 조금 더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다.
국제대회 스트라이크존을 경험한 투수들은 “포수 마스크를 보고 대충 던져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니 운신의 폭이 넓어지더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위아래 스트라이크존이 커지면, 포심-체인지업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다.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략이 불가피해 볼넷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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