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찬 '요자기' 김요한의 축구 이야기 팀 최다골, 주워먹기가 전부 아냐[인터뷰]

김요한이 12일 서울 광진구 한 카페에서 만나 본지와 인터뷰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왕년의 배구선수 김요한(35)은 ‘축덕’이 됐다.

V리그 통산 득점 3위에 빛나는 배구 레전드 김요한은 은퇴 후 지난해부터 JTBC 축구예능 ‘뭉쳐야 찬다’에 출연하며 ‘안정환호’의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제 네트 위 배구공을 강하게 내리꽂는 스파이크보다 골대 앞에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드는 슛을 하는 모습이 더 익숙해졌다.
최전방 공격수로 주로 출전하는 김요한은 팀 내 최다득점자로 이름을 올리며 어쩌다FC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김요한은 “사실 지난해 섭외를 받고 거절했다.
축구는 해본 적이 없다.
배구공으로 실내에서 몇 번 차본 게 전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축구공을 차본 기억도 없다.
그래서 고사했는데 고민 끝에 시작했다”라는 비화를 들려줬다.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고, 김요한은 축구에 사로잡혔다.
그는 “하면 할수록 축구의 매력을 느낀다.
이제 꿈에서도 축구를 한다.
주말에 축구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정말 재미있다.
배구는 안 하지만 축구는 열심히 한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축구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팀 내에서 김요한은 득점을 담당하고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나 화려한 개인기, 강력한 슛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페널티 박스 내에서의 침착함과 집중력, 마무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 레전드 공격수인 필리포 인자기의 이름을 따 ‘요자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요한은 “저도 그 별명을 알고 있다.
그런 훌륭한 선수와 비교하니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마음에 드는 별명이다.
더러 운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워먹기라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저는 우리 팀 선수가 슛을 하면 10번 중에 10번은 골키퍼를 향해 달려간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경기를 하면서 보니 아마추어 골키퍼라 한 두 번은 실수를 하더라. 물론 실수를 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저는 달려간다.
물론 힘들지만 골을 넣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는다.
그 집중력이 만든 골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장점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캡쳐 | JTBC

그렇다고 김요한이 상대 실수를 이용해서만 골을 넣는 것은 아니다.
김요한은 수비를 피해 빈 공간으로 움직이고 얼마 안 되는 기회를 살리는 능력이 있다.
팀 최초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도 바로 김요한이다.
운이나 상대 실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김요한의 실력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요한은 “나름 집중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슛은 배구에서 스파이크를 때릴 때와 비슷하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슛을 하는데 스파이크를 할 때도 그렇다.
뭔가 주변 사물이 천천히 움직이는 느낌이다.
나 혼자 온전히 공에 집중하고 임팩트를 만든다고 해야 하나. 배구에서의 플레이가 그런 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요한의 장점은 더 있다.
강력한 전방 압박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다.
김요한은 2미터 달하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이용해 상대 수비, 미드필드를 압박한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에 걸쳐 모두 크게 기여하는 스타일이다.
득점 시에는 누구보다 크게 소리 치며 기뻐하는 파이팅으로 팀에 활기를 더한다.
김요한은 “아무래도 운동선수라서 승부욕이 강하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제가 젊고 덩치가 커서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라면서 “골을 넣으면 너무 좋다.
배구에서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지만 축구에서는 한 골 넣기도 힘들다.
경기에서 기회가 있었는데 놓치면 집에 가서 잠이 안 온다.
반면 골을 넣으면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혼자 만족해 한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엄청나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김요한은 축구를 통해 스포츠계의 다양한 레전드들과 호흡하고 있다.
어느새 팀은 강해졌고, 선수들의 팀워크도 끈끈해졌다.
김요한은 “갈수록 팀이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스포츠계의 위대한 선배, 후배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라면서 “개인적으로 허재형, 양준혁형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있으신데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체력도 좋아졌다.
괜히 한 분야의 최고가 된 게 아니다.
앞으로도 형들과 축구를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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