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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의 여행 in] 발왕산 정상에서 '왕의 氣' 받아볼까
아주경제 기사제공: 2023-01-27 00:00:00
2023년을 앞두고 다짐을 했다.
올해는 '프로등산러'가 되어보기로.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등산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굳은 결심이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리려고 한다.
안 된다.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포기할 수는 없다.
새해 첫 등산을 하기로 한다.
다만 조금 '쉽게' 하기로 한다.
그래서 선택한 올해 첫 번째 산은 '발왕산(강원 평창)'이다.
 
 

발왕산 정상 부근에 조성된 기(氣) 스카이워크. [사진=기수정 기자]

◆건강하고 행복하길···왕의 기운 품은 발왕산에 오르다
진부면과 대관령면 경계에 자리한 발왕산은 해발고도 1458m인 높은 산이다.
오대산(1563m), 태백산(1567m)에 버금가는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지만 이곳은 어린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바로 발왕산 케이블카 덕분이다.
'초보등산러의 산행'이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부끄럽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아도 산 정상 부근까지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곳에 오를 수 있다.
 
새해 첫 산행은 그저 '산에 오르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발왕산 케이블카는 모나파크 용평리조트가 운영한다.
스키어와 일반 관광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케이블카가 왕복 운행하는 거리는 7.4㎞에 달한다.
출발 후 정상부 하차장에 다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20여 분에 이른다.
 
오르는 길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눈으로 뒤덮인 설산의 전경, 슬로프를 활강하는 스키어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니 20여 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케이블카에서 하차하는 순간, 매서운 바람이 몸을 휘감는다.
 
서 있기도 힘들 만큼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끄떡없는 발왕산의 자태를 오롯이 눈에 담는다.
흰 눈에 뒤덮인 설산. 순백의 미를 발산하는 산의 자태가 퍽 매혹적이다.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휘청여도 기분은 좋다.
발 아래 펼쳐진 산맥이 아찔한 매력을 뽐낸다.
가장 위대한 작품은 자연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발왕산 기(氣) 스카이워크'로 향한다.
스카이워크 시작 지점에 발만 디뎠을 뿐인데,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이 든다.
아찔하다.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끝까지 가 보려는데 직원이 "바람이 심하게 부는 탓에 스카이 워크 가장자리 난간 출입이 통제됐다"고 알려온다.
 
스카이워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칼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니 '극강의 공포감'이 밀려온다.
이토록 거센 바람은 처음이다.
굉음을 내며 휘몰아치는 바람에 몸이 휘청인다.
 
이대로 돌아 나갈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는다.
발왕산. '왕의 기운을 가진 산'이 아니던가. 영험한 기운을 품은 덕에 '명산'으로 꼽히는 산이 아니던가. 눈 질끈 감고 두 팔을 벌려 산의 정기를 폐부 깊숙한 곳까지 받으니 체기처럼 얹혔던 시름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하다.
 
 

눈 쌓인 천년주목숲길은 그야말로 겨울왕국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눈 쌓인 천년주목숲길, 천천히 걷다
본격적으로 눈 구경에 나선다.
스키어들처럼 신나게 슬로프를 활강하면 좋으련만 오늘은 눈길을 천천히 걸으며 발끝에 닿는 눈의 소리를 담는 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모나파크 용평리조트에 새로운 명소로 등극한 천년주목숲길 초입. 순백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책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햇살을 가득 머금고 반짝이는 겨울왕국의 자태가 무척 눈부시다.
3.2㎞에 이르는 산책로를 오가는 데는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길게 이어진 이 길을 천천히 걷는다.
산책로가 무장애 데크길로 조성돼 유모차나 휠체어도 이동하기 수월하다.
 
이곳에는 발왕산 동쪽 능선을 따라 최고 수령 1800년에 이르는 천년 주목, 분비나무 등 다양한 고산 희귀식물이 분포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휘몰아치는 눈보라에도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며 서 있다.
 
특히 야광나무 안에서 마가목 씨가 발아해 야광나무 몸통 속으로 뿌리를 내린 국내 유일한 '마유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쉽게 마주하지 못하는 풍경이지만 이곳 천년주목숲길을 걷는 이에게는 언제는 활짝 열려 있다.
걷는 내내 마주하는 아름다운 풍광이 도무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주목마다 이름과 그에 걸맞은 이야기가 있어 걷는 내내 즐겁다.
주목 옆 안내문에 적힌 QR 코드를 인식하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당 나무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온다.
 어머니왕주목부터 겸손의 나무, 왕수리부엉이주목, 마유목 등 각 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애니포레 독일가문비나무 군락지 [사진=기수정 기자]

◆독일가문비숲의 신비한 풍광 담다
발왕산 자락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비단 천년주목숲길뿐만이 아니다.
동물과 숲, 사람을 위한 공간 '애니포레(AniFore)'가 있다.
 
산의 들풀과 잡목을 태운 밭에서 농사를 짓던 화전민이 떠난 자리에 독일 가문비나무 1800여 그루가 식재됐다.
이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 우리나라 최대의 가문비나무 군락지를 이루게 됐고 애니포레로 조성돼 2021년 문을 열었다.
 
발왕산 등산로 '엄홍길'이 시작되는 입구 옆 애니포레 더 골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알파카 모노레일에 몸을 싣는다.
스키 슬로프를 오른쪽에 두고 비탈을 오르는 모노레일의 속도는 무척 느리지만 잠시 후 펼쳐질 또 다른 순백의 세상을 기대하며 조급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모노레일을 타고 10분 남짓. 내려서 애니포레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거대한 독일 가문비 군락이 시선을 압도한다.
광활한 눈밭 위로 길고 빼곡하게 솟은 가문비나무 군락이 무척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숲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걷지 않아도,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모든 근심이 달아나는 듯하다.
근심이 지배했던 마음이 금세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천천히 걸어 '라온' 목장길에 닿는다.
알파카 10여 마리가 목을 쭉 빼고 먹이를 기다린다.
먹이를 손바닥에 올리기 무섭게 달려드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화가 나거나 먹이 경쟁이 붙으면 침도 뱉는다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눈밭을 뛰어다니고 동물들과 교감한다.
숲길을 거닐며 지친 심신을 달랜다.
겨울왕국으로 떠난 계묘년 첫 나들이, 성공적이다.
 
 

발왕산 기(氣)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모습. 슬로프를 활강하는 스키어들이 눈에 담긴다.
[사진=기수정 기자]

천년주목숲길을 산책하는 여행객들. [사진=기수정 기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주목들. [사진=기수정 기자]

알파카 먹이 주기 체험은 애니포레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애니포레를 오가는 모노레일. [사진=기수정 기자]
 

애니포레에 살고 있는 토끼들. [사진=기수정 기자]


아주경제=글?·사진 평창(강원)=기수정 문화부 팀장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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