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포럼 입니다.

지금 쓰는 글이 질리는 와중에 위의 글과 댓글을 보고, 예전에 공부했던 클레이튼 크리스탠슨의 파괴적 혁신으로 짧게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경제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해당 글이 컴퓨터와 자동차, 철강을 포함한 여러 기술사 분석을 통해 파괴적 혁신이라는 저자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기에 그쪽 유사 전공자로서 공부했던 부분입니다. 

경제학 전공자나 크리스탠슨 전문가의 분석과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내용은 아님에 주의바랍니다.

크리스탠슨의 주장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대표적으로 

1. 존속적 혁신 - 과거보다 더 나은 상품을 생산하여 고객 유지

2. 로우엔드 파괴적 혁신 - 주요 브랜드에 비해 조금 낮은 성능이나 충분히 사용 가능한 저가형 상품을 생산하여 기존 사용자 유치

3. 신시장 파괴적 혁신 - 관련 제품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사용자 유치

로 분류됩니다.

크리스탠슨은 존속적 전략은 하이엔드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로우엔드 파괴적 혁신은 가성비를 주장하는 후발주자 기업들이 취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이엔드 제품은 적은 판매량으로 높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가성비 제품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적지만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며 시장을 잠식해 나갑니다.

시장의 초기에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존속적 전략이 우세합니다. 제품들의 성능이 아직 소비자들이 정말로 '편리함'을 느끼는 수준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하고, 그나마 하이엔드 제품들이 이에 부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가성비 제품들은 그 가치를 느끼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에 너무 떨어지기에, 시장의 일부밖에 점유하지 못합니다.

이걸 스마트폰의 초기 시장에 적용해보겠습니다. 각 회사의 하이엔드 라인은 되어야 2~3년 정도를 통화, 문자, 카카오톡 등 기본적인 기능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보급형 기기들은 살 당시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금방 앱들의 업데이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버벅이게 되죠. 아직까지는 가성비 만을 따지기엔, 돈을 더쓰면 그만큼 확실한 리턴이 돌아오는 상황이기에 하이엔드 라인업이 우세를 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탠슨은 기술 발전의 속도는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 향상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많은 사용자는 스마트폰의 초기와 비교해 훨씬 많은 기능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한국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10~11년대와 비교하면... 유튜브나 주식, 송금어플 정도일까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잡스가 공언했던대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거의 대체했으나, '고사양' 게임을 즐길 정도의 헤비유저는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로 따지면 소수에 불과할 겁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죠.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찍는것을 좋아하는 분은 많지만, 피사체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나타낼 정도의 사진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칩셋, 카메라를 포함한 부품들의 발전은 이를 훨씬 상회합니다. 

각 제조기업의 하이엔드 라인이 일반 소비자가 원하는 것보다 오버스펙으로 제조된 지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는 사이, 보급형 기기들의 성능도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충분히 만족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어플과 중저사양 게임들은 보급형으로도 업데이트가 지원되는 동안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전 A52s때 이걸 크게 체감했고, 이번엔 (가격이 올랐지만) A3x 라인도 좋은 평을 받는 점에서 이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한명이 여러개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왠만큼 관심있는 사람도 메인폰 하나면 충분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이엔드 라인업보다는 보급형 로우엔드를 구매하기 시작합니다. 

크리스탠슨에 따르면, 이는 '합리적 선택'에 기반합니다. 

내가 원하는걸 50만원으로도 충분히 다 할 수 있는데, 꼭 100만원짜리 물건을 사야 할까요?

그렇기에 로우엔드 파괴적 혁신은 존속적 전략을 상대로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최종적으로 우세를 점하게 됩니다.

안드로이드 시장의 보급형의 우세는 모든 시장의 고객이 플래그십 모델을 살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다는 점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거쳐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보급형으로도 충분히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이 하이엔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이폰은 여전히 하이엔드 시장을 꽉 잡고 있고, 판매량을 갱신시키는데, 그중에서도 비싼 프로 이상 라인업의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파괴적 혁신에서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탠슨은 수많은 가성비 제품들이 시장을 점유해도, 명품 시장의 성장은 합리적 소비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하죠.

아이폰이 명품이라는 말 보다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경제학'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보급형이 시장우세를 점한 현 상황에서도, 애플이 만든 브랜드 가치는 제품에 대한 선호를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삼성이 플래그십과 보급형을 모두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우수한 플래그십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높은 이윤을 창출할 플래그십보다 보급형이 잘나가는 상황이 마냥 달갑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급형을 사고 싶어하거나, (한국에는 이미 없겠지만)피쳐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고싶게 만들 필요가 있죠.

그렇기에 삼성은, 폴더블 시리즈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파괴적 혁신'을 시도합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기존의 보급형 스마트폰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픽셀 폴더나, 중국의 여러 폴더블 스마트폰을 보면.. 폴더블 스마트폰에 바라는 시장의 요구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그러나 이부분에서만큼은 삼성은 시장을 선도한 기업으로서, 존속적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하여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죠.

삼성이 폴더블에만 UDC를 채택하는등의 모습이 이를 대변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직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을 대체할 정도로 커지진 않았으나, 꽤 유의미한 실적은 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폴더블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기엔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치하는 것 만은 아닐까요?

이에대해서는, 제 식견으로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크리스탠슨은 신시장 파괴적 혁신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기존 시장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동시에 '기존 시장의 기업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기존 시장을 대체해나간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파괴적 혁신 기업의 대다수는 자본 유치, 기술력 부족 등 수많은 문제 등으로 실패합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기존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 혁신'이 가능한 물건인지, 갤럭시 줌과 같은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들처럼 디스플레이 특화 모델로만 봐야 하는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삼성이 줄어드는 하이엔드 시장 점유를 대체하기 위해, 폴더블과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이 글은 파괴적 혁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체형 구조의 하이엔드 제품과 모듈형 구조의 로우엔드 제품들, 여기서 나타나는 기업간의 연계, 브랜드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한 전략 등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걸 쓰려면, 위에 쓴 만큼을 한번 더 써야 할 것 같은데... 글쓰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윗 글을 쓰는데만 40분이 걸렸네요.

또한 서두에도 밝혔지만, 저는 전공자가 아니기에 틀린 분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곁다리로 공부했을 뿐이기에, 전공자분이 틀린 부분을 수정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줄요약

1. 스마트폰의 보급형들의 성능이 올라감에 따라,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에 의해 안드로이드 플래그십들의 선호도는 점점 낮아졌다.

2. 아이폰이 하이엔드의 함정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합리적 선택과는 무관한 브랜드 충성도 덕분이다.

3. 폴더블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등장한 제품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