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는게 좋네요...어디서도 힘들다 털어놓지 못하는데,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네요.

마흔 중반, 암환자, 외벌이, 중소...전세사기까지...

문득 냉정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자하고 글을 쓰며 보니, 이게 인생 중반을 살아가고 있는 제 현재 모습이네요...

 - 지잡대 출신

 - 중소기업 임원

 - 연봉 9000

 - 무일푼으로 결혼, 현재 외벌이

 - 회사 근처 자취로 주말부부. 와이프, 아들은 수도권 거주

 - 자취방 전세사기로 전세금 물림

지잡대 컴퓨터 전공으로...

10년 정도 다니다, 

다시 운좋게 외국계 기업 IT팀장으로 이직...

몇년 일하다 30대 중후반에 암 발병...

항암치료 하며 회사 생활하다...결국 몇년 일하고 권고 퇴직...

40대 중반까지 7년 넘게 계속된 항암치료...

권고 퇴직 이후 1년 반 쉬며, 항암치료 받으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열심히 구하다, 별의 별 더러운 꼴 다보고...

겨우 다시 들어간 직장에서 주 3.5일로 다시 일 시작... 

본가에서 출퇴근이 멀어 회사 근처에 전세로 자취방 구함...

다시 운 좋게, 큰 중견기업 본사/지사 총괄 IT 팀장으로 이직했으나...

그러나 마지막으로 지금은 작은 중소기업의 본부장으로 있네요.

아프면서 사회에서 워낙 더러운 일 많이 겪으며 어느 정도 세상의 풍파에는 내성이 생겼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이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커리어 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최근 들어 문득 든 생각이....참 멀리 보지 못했구나....

그렇게 개고생해서 항암 받으면서도 개같이 일 열심히 해서 가족 먹여살리고, 사회에서도 위만 바라보고 열심히 올라왔는데....

결국 중소기업으로 내려앉는 악수를 뒀구나...라는 후회가 문득 드네요.

이제까지 몇번의 운을 마지막의 악수로 다 날린건 아닌가 라는 후회...

이 나이에, 중소기업 임원에서 다시 중견 또는 대기업으로 이직은 힘들텐데... 이직할 때 미처 숙고하지 못하고 악수를 뒀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암이 언제 악화되어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차라리 원래 다니던 큰 회사에 그냥 있으면서, 커리어를 마무리 했어야 하나 라는 생각...

돈을 그리 못번다는 생각은 안하려고 해도, 기러기 생활에, 매일 빚 갚느라 쪼들리는 생활에...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인 전세사기 수법에 걸려 전세금까지 묶여버리고....

이런 상황이니, 요즘 너무 힘 빠지고 힘들고, 그런데 몸도 다쳐서 운동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만 보고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힘들다는 티도 못내겠고... 몸에 안좋은거 뻔히 알지만, 술에 기대고 있네요.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라는 생각에, 안좋은 생각도 하게 되고....

돌아갈 수 있다면, 딱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그때라면 후회없이 다시 살아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죠...

익명이라 괜히 주절거려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