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에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내년이면 35입니다. 아직 어리다면 어리고 늦었다면 늦었고.

직장생활도 어느 정도하고 결혼도 하니, 주변에선 다들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예전 대학생&사회초년생 일 때 보다 고민을 토로하고 공감할 친구들이 많이 줄어드네요...

(예전엔 처한 현실이 모두 비슷했는데, 35정도 되니 삶의 수준과 고민의 방향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ㅇ 현황

- 나이: 34세 (결혼 3년차) 

- 직장: 대기업(신사업개발 직무 7년차) / 아내는 1금융 은행원 5년차..
- 연봉: 둘이 합쳐서 1.3억 정도..인데..양가 용돈 및 이것저것 쓰고 나면 1년에 모을 수 있는 돈은 4천..

- 무주택 경기도 전세, 재산은 둘이 모아 현금 1억이 전부 / 결혼할때 도움 1도 안받고 둘이 벌어 사는중..

현황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았고, 아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아내도 크게 고민이 없는데, 제가 삶의 방향이 고민이네요.

어려서부터 흙수저에 인서울 하위권 대학교 나와서 아등바등 살면서 나름 좋은 직장에 취업했습니다.

근데 그땐 삶의 목표가 그저 대기업에 가는 것 뿐이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서른에 착하고 이쁜 아내 만나서 결혼까지 하며, 아 내가 꿈꿔온 삶을 드디어 이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집도 형편이 어려워서 결혼은 커녕 독신으로 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회사 생활도 열심히 했습니다. 동기들보다 늦었지만 승진도 했구요.

근데...삶이 허무 합니다. 7년차 정도되니 회사가 돌아가는 모습들이 어느정도 눈에 들어옵니다.

신사업쪽이라 1년을 지지고 볶다가 안되면 다른 사업하고 경력은 쌓이지 않고,

커리어는 이것저것 했는데 이렇다할 간판은 없고....이직하기엔 고인물이 되어버렸고...

(재작년까진 헤드헌터 연락도 많이 왔는데..이젠 프로필을 돌려봐도 연락이 잘 없네요..)

주변에 퇴사한 친구들은 하나둘 VC, 스타트업, 이직, 전문 자격증을 따며 뭔가 하나둘 이뤄가고 있는 것을 보며

제 모습과 비교하니...참 초라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가.

동기부여를 받고자 아내와 상의해서 아이라도 낳을까 말을 꺼냈다가

집값, 통장잔고, 나의 현재 모습을 떠올리며 우선 마음을 접었습니다.

남자나이 35이면 다가올 45세를 위해 열심히 달려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결정이 55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운동도 열심히(자전거1년 5천km)하고 책도 많이 읽는데, 삶의 방향을 정할 수가 없습니다.

임원이 되겠다. 전문자격증을 따서 독립을 하겠다. 이직을 하겠다. 경력개발을 하겠다.

뭐든 선택을 하고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자꾸 주저만하고 시간만 보내고있네요.

그래서 문뜩 궁금합니다. 다들 사는게 그런건지... 아니면 나만 심각한건지...

이대로 그냥 살아도 되는 걸까요. 아직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아 내마음속에는 아직 내 삶을 바꿀 의지가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친구들, 선배들, 성공하고 있는 아무개들에게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고민 글을 남겨 봅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너가 이제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정해야할 때인 것 같아 라고 이야기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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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댓글과 관심에 사실 감사드리고, 너무 부끄럽네요...

한편으로는 배부른 소리에 불편함을 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다만, 상황이 환경이 다른만큼 비아냥은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굳이 여기에 해명할 필요는 없지만, 20대 시절 홀어머니 모시고 장마철에 반지하에서 물퍼가면서 살았습니다.

지출이 많다고도 하시는데..매달 양가에 25만원씩, 총 50만원 보내드리고 통신비도 대신 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내가 늦둥이 처남들 2명 5만원씩 청약 넣어주고 싶다고해서 가족들에게는 아끼지 않고 살고 있구요...

관점은 다르겠지만, 제가 살아온 환경에서 '가족'이 주는 가치는 무엇보다 최우선이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깝지 않구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아내가 아니면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이야기하면 각자 상황이 다르니 여기 계신 분들처럼 불편해지는 상황도 있어서 싫었고,

회사에서는 자칫 고민이 소문이 될까바 사생활 이야기하는게 꺼려집니다.(살이 붙어서 이상하게 전해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리고 나만 그런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가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분명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생각해보니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민'이란 주제의 게시판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눈팅만 하던 이 곳에 글을 써내려 간 것 같네요.

그래서 너는 이 글을 쓰고 무엇을 느꼈냐? 라고 물으신다면,

"아직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그래도 누가 물으면 자신있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대답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그 과거가 반드시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고, 나를 무언가로 만들어주진 않는다.

만족할 줄 도 알아야하고, 자만하지 않고 노력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냥 나는 나 그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다" 정도 일 것 같습니다.

모든 댓글에 답을 달 순 없겠지만, 관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