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포럼 입니다.

내년이면 서른인 여자입니다.

자격증으로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직업입니다.

오히려 결혼하면 여자에게는 마이너스인 직종입니다. 

가족들은 때가되면, 좋은 남자 만나면 결혼하겠지 싶어 20대 중반까지는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아버지 은퇴하실 쯤 되니 결혼얘기가 나옵니다. 

간략하게 제 배경을 설명하자면,

제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버지는 1년 365일중 일주일정도만 집에 계셨습니다.

업무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자랐지만 항상 내면에는 화목한 가정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물론 일년 중 일주일이라도 가족을 위해 시간을 썼다면, 그 나머지 355일에도 중간중간 안부를 챙겨줬더라면 좀 더 화목한 가정에 가까웠겠으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외도정황을 확인하고 나서는 겉으로는 잘 해드려도 마음속으로는 없는 사람 쳤습니다.

물론 가정적이지도않고, 모든 대소사를 엄마에게 혼자 맡겨서 더더욱 제 마음속의 불신이 커진 점도 있습니다.

큰 아버지도 선물거래로 집안을 말아먹고, 저희 아버지의 재산 대부분을 빚 청산하는데에 썼습니다.

세상 모든 남자가 그렇진 않겠지만 어렸을 때 부터 학습된 것들 때문인지 내적인 남성혐오가 심합니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게되면 혐오감만 차오릅니다. 

부모님께도 아버지의 외도건은 제외하고 말씀 드렸습니다.

충격을 좀 많이 받으셨지만, 이제와서 제 인생의 방향성에 개입하는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굳이 결혼은 안해도 된다고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까지 모두 바쁘셔서 못 오시고, 어떤 고등학교를 갈지, 대학교를 갈지 고민하는데에도 첨언 한번 안해주시던 분들이, 강경하게 결혼하라고 말씀하는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꽤 웃기고 어이없네요.

그런데 이러한 배경을 정확히 모르는 사촌들(큰아버지쪽 자식분들은 그냥 그러려니합니다)과 주변 지인들, 회사 동료들이 만날 때마다 이렇게 멀쩡한데 아직도 만나는 사람이 없냐, 결혼은 언제할거냐.. 본인들은 걱정된다고 말해주는데 저는 너무 스트레스만 받네요...

가정사때문에 결혼을 안한다고 에둘러 표현해봐도, 아버지의 직업이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편이라서.. 모자람없이 자란 사람인 것으로 평가되나봅니다.

제 마음속엔 항상 결핍이 있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 결핍과 혐오감을 극복해내지않으면 아무도 만날 수 없는데.. 주변에서 시켜준다는 소개팅 거절을 하는것도 지치고, 주번의 걱정도 너무 지치네요.

주변에 다 설명을 하는 것도 굳이 필요치 않은 말인것도 알고

이러한 말을 다른 친구들에게 하는 것도 좋은건 아니라서,

평일에 맥주 한잔하고 익명을 빌어 푸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