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이 너구리 굴로 변하는 것도 당연시되던 시대에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그리고 모범생은 근처에도 가지 못했었지만, 정작 담배를 접하게 된 건 대학교를 입학하면서 모종의 사건(?)이 있고 난 이후였죠.

그 때의 분위기가 지금만 같았더라도 본격적으로 흡연을 시작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90년대 중반, 강의실만 아니라면 대학교 내에서도 어디서 흡연을 하든 타박받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그렇게 담배 또한 익숙해져 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만나는 지인들 대부분이 흡연을 하고, 훈련소에서 2주 정도 강제 금연을 해본 일 외에는 딱히 금연이나 전자담배에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었는데요.

이제 갓 100일이 지난 둘째 조카가 왜 그리 이쁘던지요!! 그렇지만 담배에 찌든 상태로는 조카 근처에도 가는게 스스로 미안해져서 일단 전자담배로나마 조금씩 담배를 줄여보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설이 지나면서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죠! 

여러 유명 제품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전자담배라는 게 너무 생소한 제품이다 보니 입문용으로 예전에 잠시 알아봤던 차이코스 슬림(CHIQO x Slim)이라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구매해봤구요.

사전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이 모델에 맞지도 않는 고무 마개까지 구매해버린 패기(?)! 냄새 방지용이라는 문구에만 너무 얽매였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ㅠㅜ

박스 속에는 차이코스 슬림 본체와 전자담배 답게 충전용 케이블, 그리고 설명서와 정체를 알 수 없는 O링 몇 개가 들어있는게 전부였구요.

다른 제품들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제품은 슬림이라는 타이틀(?)답게 길이는 1회용 라이터보다 1.3배쯤 되는 꽤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데요. 물론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어서 두께는 1.5배쯤 됩니다.

전면부의 LCD와 버튼 2개의 조합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겠더군요. 취향에 맞게 온도와 시간 조절하고, 메인 버튼 연속으로 눌러서 담배 피고 청소하고! 뭐 그 정도가 전부입니다! ㅎㅎ

본체 아래 쪽에 마이크로 5핀 포트로 충전을 하게 되는데요. 내장된 배터리의 용량은 900mAh, 설명서 상으로는 5V 0.5A로 충전하도록 되어있구요.

판매처에서 5V 1A 충전기를 따로 판매를 하고 있지만, 어차피 어떤 충전기를 연결하든 5V 0.5A! 방전된 상태에서는 약 2시간 정도에 완충이 되니 그냥 PC USB 포트 정도만 사용을 하셔도 충분합니다.

한 번 완충이 되면 12~14회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온도와 흡연 시간 커스텀이 가능해서 사용자마다 차이가 꽤 있을 듯 하구요. 제 경우에는 275도, 4분 설정으로 10번쯤 사용이 가능한 걸로 보였습니다.

이 차이코스의 가장 큰 장점, 전자담배 스틱을 이것 저것 혼용해볼 수 있다는 건데요. 지난 토요일 수령하자마자 당장에 인근 슈퍼를 급습해서(인근에 편의점이 없...) 남아있던 릴핏과 히츠 스틱 3가지를 테스트 삼아 구매해왔네요!

아무래도 히츠는 좀 뻑뻑하게 들어가는 느낌이구요. 릴핏은 제 짝인양 부드럽게 자리를 찾아들어가던데요!!

대망의 첫 스틱!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 상태가 흡연 가능 상태인 것도 모르고 스틱 하나를 고대로 날려먹었죠! 전 분명히 가열됐다는 진동도 느끼질 못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흡연 종료를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OVER" 표시만이!! 내 225원!!!! ㅠㅜ

지난 주 토요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어제까지 4일째 사용을 했습니다.

첫 느낌, 뭐 이딴 걸 담배 대신이라고 좋다고들 하는 건지! 옥수수 찐 냄새 난다고들 하죠? 아주 순화되고 럭셔리한 표현이라 봅니다! 아시는 분들 있으실런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시골 가면 맡던 소 여물 끓이던 냄새였어요!! 볏짚에 이것저것 좀 넣어서 가마솥에 푹 찌던 그거요!!

그리고 피우던 일반 담배가 6mm 였어요! 요즘은 일반 담배를 피우더라도 1mm 피우는 분들이 많으시니 독하다고 생각을 하실 텐데 첫 느낌은 이 전자담배가 더 독하더군요. 예전에 담배 처음 피울 때도 울렁거리거나 어지럽다는 걸 못 느꼈었는데 이거 한 방에 울렁울렁~ 헤롱헤롱~??? ㅎㅎㅎㅎㅎㅎ

이런 상황에서 다른 분들이 말하는 타격감이네 뭐네 무의미 하구요! 그나마 멘솔(?)은 조금 나은 느낌이긴 하던데요. 일반 스틱은 20개 모두 소진할 때까지 정말 돈 아까워서 겨우겨우 피웠네요! ㅠㅜ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루 정도 만에 이런 느낌은 많이 사라졌구요. 이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일반 담배가 남아있음에도 아직 손이 가고 있진 않습니다. 개피 기준으로는 흡연량도 꽤 줄었구요. 가장 좋은 건 주변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다는 거구요!

다른 제품들을 접해보질 못 했으니 제가 이 전자담배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흡연자들을 위한 담배의 맛 평가 또한 마찬가지구요. 

이 차이코스 슬림, 기기 자체는 기존에 다른 제품들을 사용하던 분들 후기를 보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기기라고는 합니다. 사용법 간단하고 휴대성 좋고 청소하기도 쉽고! 제가 써봐도 사용상에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어요.

메이저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바로 이 차이코스를 덜컥 구매한 건, 청소기 부품 구매 때문에 들렀던 서비스센터에서 마침 모 전자담배 A/S를 겸하고 있었는데 무슨 대기가 그리 많은지!! 서비스센터 가기 싫어하는 스타일에 그런 건 아예 생각하기도 싫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구요. ㅎㅎㅎㅎ

다만 아직 조금 불편한 건 충전을 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두 손의 자유(?)를 잃었다는 정도? 간혹 담배 입에 물고 불꽃 타이핑(?)을 할 때가 있는데 이 전자담배로는 그런 게 불가능하니 심야에 포스팅하다 짜증이 날 때가 있었습니다! ㅠㅜ

담배라는 건 백해무익하다니 이 전자담배도 결국에는 끊는게 좋을 테지만, 그렇다고 당장에 끊을 독심이 없을 바에야 이렇게라도 주변 피해부터 줄이고 흡연량도 조금씩 줄여가도록 하는게 최선일 듯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작심삼일은 넘어섰으니까요! 조금 더 줄일 수 있도록, 그리고 기왕이면 아예 금연까지 가능하도록 노력해봐야겠네요! 

담배 줄여서 조카 선물사고, 리뷰할 폰도 사자!! 아자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