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LG의 대표 라인업인 G6는 지난 V10, G5(외장형), V20과 더불어 사운드에 중점을 둔 스마트폰이다.

여러 매체와 광고에서도 밝혔듯이 G6에 관한 스펙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ESS사의 Quad DAC칩 탑재에 관한 것이다. DAC칩 제조사인 ESS는 일반 사람들에겐 그다지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하이파이 오디오계에선 현재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 제조사이며 하이파이 오디오의 DAC에 ESS의 칩이 내장되었다는 것은 일단 제품 스펙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선 가장 선호도가 높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하이파이쪽의 DAC칩과 G6에 내장된 칩이 동일한 것은 아니고 ESS사 제조라 해서 무조건 맹신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청음 해 본 G6의 음질은 매우 뛰어나다.

전작 V20과 마찬가지로 이번 G6에도 4개의 DAC칩이 사운드를 담당하게 되는데, THD(Total Harmony Distortion,음왜곡률) 수치는 V20의 0.006%에서 0.0002%로 더욱 낮아졌으며 싱글DAC 대비 50%의 노이즈 감소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쿼드DAC를 거친 후에는 AVC(아날로그 볼륨컨트롤)에 의해 볼륨을 컨트롤하게 되는데 이는 변화와 상관없이 일정한 노이즈를 가지는 DVC(디지털 볼륨컨트롤)와 달리 볼륨에 따라 노이즈가 같이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어폰 단자가 상단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번들이어폰 잭은 ㄱ 자 형태로 되어 있어 그나마 괜찮지만 일자형의 다른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한 상태에서 주머니에 넣을 때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HI-FI Quad DAC 설정화면의 상단에는 연결하는 기기에 따라 일반음향기기(50옴 이하, 이어폰 모드), 전문음향기기(50~600옴, 헤드폰 모드), Line-out(600옴 이상) 모드로 설정된다.

볼륨은 사운드에 특화된 기기 답게 설정화면에서 1단위씩 0~75까지 조절되며 볼륨키로는 5단위씩 조절이 가능하며, 좌/우 소리의 미세 조절이 가능하여 좌우 청력에 차이가 있거나 이어폰/헤드폰의 좌우에 편차가 있을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볼륨키로도 1단위/5단위 조절을 사용자가 설정가능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처럼 G6는 고성능의 ESS DAC칩, 높은 출력, 디테일한 볼륨 설정, 고음질 음원 (24bit 96kHz, DSD음원) 지원 등 중/고급 DAP에 필적할 만한 스펙을 지니고 있다.

리스닝 테스트

과연 실제로도 그런지 테스트를 해본다. 리시버로는 G6의 번들이어폰, 뱅엔올룹슨 A8, 젠하이저 HD598, AKG K702 등을 사용하였다. 많은 유저들이 애용하는 중저가의 리시버들이기도 하다. 비교 기기로는 애플의 아이팟터치 6세대와 번갈아 들어보기도 하였다.

이어폰/헤드폰에 따라 물론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G6의 사운드는 대체로 청량하고 투명한 느낌이며 연결하는 이어폰/헤드폰의 특성을 아주 잘 살려준다. 곡에 따라서 다소 차가운 느낌이 들 정도로 잔향감이나 바디감은 평이한 편이며 중/고음역대의 디테일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오디오 분야에서 음색을 평가할 때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확실히 '젊은 세대 취향'의 깔끔한 스타일이다.

아이팟터치 6세대와의 반복된 비교청취 결과 중립적이고 플랫하다고 느꼈던 아이팟 쪽이 오히려 미세하게 중/저역대가 부스팅된 느낌이 들 정도로 G6의 기본 사운드는 자연스러운 원음 재생에 충실하게 세팅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자신에게 맞는 성향의 이어폰/헤드폰만 매칭한다면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 어렵지 않게 자신만의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역대가 풍성하고 잔향감이 어느 정도 있는 성향을 가진 헤드폰과의 매칭이 궁금하다. 

G6의 청음 중 특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AKG K702를 물렸을 때다. 이 헤드폰은 젠하이저, 베이어다이나믹과 함께 '3대 레퍼런스 헤드폰' 중 하나라고도 불리는 기종 (경우에 따라 AKG의 다른 기종을 꼽기도 하는 것 같다)이며  오픈형 타입답게 입체감이 좋고 전대역의 밸런스가 뛰어나지만 별도의 헤드폰앰프를 물리지 않는 이상 볼륨 확보가 쉽지 않고 그나마도 맥없이 풀린 밋밋한 소리가 나기 십상이다. 

그런데 G6에 직결시엔 최대치로 다 올리지도 못할 정도의 우렁찬 볼륨을 확보할 수 있었고 최대치로 올리더라도 토널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잘 잡고 있는 본연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요부터 팝,락,메탈,재즈,뉴에이지 등을 두루 듣는 편이고 테스트 역시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진행해본 바로는 앞에 언급했듯이 묵직함, 진득함, 따뜻함보다는 경쾌하고 시원하며 치고 빠지는 게 정확하고 날렵한 느낌이다. 

이처럼 어느 정도 구동력을 요하는 레퍼런스급 헤드폰을 직결하는 조건으로 타 스마트폰과 A-B테스트를 해본다면 특별히 '황금귀'를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고음질 재생, 무선전송이 가능한 기본음악앱

기본으로 깔려있는 ‘음악’앱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UI가 정돈이 돼 있으며 EQ, 음정과 템포 조절이 가능하다. 24비트 96kHz와 DSD음원 재생시엔 재생화면에 ‘HI-FI’라는 표시가 나오며 EQ와 음정, 템포 조절은 비활성화된다. (하이파이 음원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뜻일까?)

또한 스마트폰의 저장음원 뿐 아니라 같은 네트워크(공유기) 상에 있는 주변장치에 저장돼 있는 음원을 불러와 재생가능하며, DLNA와 크롬캐스트를 지원하여 외부기기로의 송출 역시 가능하다. 

이때 수신기기가 DSD를 지원하면 G6에 내장된 DSD음원을 다운샘플링이나 변환, 손실 과정 없이 그대로 전송, 재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온쿄 TX-8150, 야마하 R-N402/602, 린데만 뮤직북시리즈 등의 24비트급 음원과 DSD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오디오시스템이 있다면 여기에 G6만으로도 소스기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한 가지 지적하자면 주변기기의 음원을 불러올 때는 폴더별이나 가수별, 앨범별 등의 분류가 되지 않고 모든 곡이 일괄적으로 나열이 되는 점이 아쉬운 부분인데 이것만 개선된다면 BubbleUPNP 같은 별도의 DLNA기능 앱을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을 만큼 기능성이나 디자인의 퀄리티는 높은 편이다.

참고로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뮤직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Power Amp’앱이 기존 2.0버전에서 3.0버전으로 업데이트를 준비중이며 현재 플레이스토어에서 베타버전을 다운받을 수 있다. 3.0베타버전에서는 2.0버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화이트노이즈와 미세한 잡음을 잡아 음질적인 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V10과 G5는 Hi-res 24비트음원 재생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V20, G6는 아직 지원하지 않지만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할 것으로 보여 파워앰프앱을 애용했던 분들이라면 기대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고음질 블루투스 코덱 APT-X HD

오디오의 무선방식은 크게 블루투스와 네트워크(와이파이) 이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무손실 전송이 가능한 네트워크 방식에 비해 인코딩-디코딩 과정을 거치며 손실이 생기는 블루투스는 음질이 떨어진다는 태생적인 단점을 안고 있었지만 최근 이러한 고음질 코덱의 등장으로 여러 하이파이오디오에도 꾸준히 블루투스가 탑재되고 있는 편이다.

G6는 CD음질급의 블루투스 코덱으로 알려진 APT-X에서 한단계 더 진보된 APT-X HD라는 24비트 48kHz급 코덱을 탑재하여 그 이상의 음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손실급으로 재생할 수 있다. 물론 수신기기 역시 APT-X HD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톤플러스 HBS-1100은 HARMAN의 최상위 사운드 인증인 'PLATINUM'을 받은 제품으로 G6와 페어링하여 청음을 해본 바로는 블루투스라서 음질이 저하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으며 메탈하우징의 영향인지 다소 고역대가 강조된 성향이다. 사운드모드는 베이스부스트(저음 강화), 톤 플래티넘(밸런스), 트래블부스트(고역 강화) 3가지 모드로 조절할 수 있다.

APT-X HD로 연결된 G6와 HBS-1100의 조합은 블루투스라고는 믿지 못할만큼의 뛰어난 해상력을 보이며 악기들의 분리감 역시 수준급이지만 저음성향은 아니기 때문에 저음중시 유저들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내에선 유선헤드폰으로, 실외에선 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중인데, 별도의 DAP 없이 단지 스마트폰 하나로 유/무선을 가리지 않고 고음질을 지원한다는 편의성과 심리적인 만족감은 꽤 큰 편이다. 

다음 안드로이드 O버전에 소니의 LDAC이 기본 코덱으로 탑재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현재 자사의 스마트폰에 APT-X HD를 탑재하고 있는 LG와 UHQ-BT를 탑재하고 있는 삼성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1인 다역의 고성능 뮤직 플레이어 G6

시중에 출시된 스마트폰 중 고음질 음원을 지원하는 것이 G6만은 아니지만, 고성능의 휴대용 DAP, 헤드폰앰프로서의 성능과 하이파이오디오 시스템의 소스기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G6는 비록 퀄컴의 최신AP를 탑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처럼 고유한 오디오 특화성능에 더해 24비트 하이파이 레코딩, 듀얼 광각카메라, 방수, 밀스펙(미국방부에서 인증하는 내구성 테스트)까지 통과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