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강에 오르며 월드컵에서 선전을 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가나전 두골을 기록한 조규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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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대표팀이 떠났다.
지난달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표팀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카타르 도하에 왔다.
새벽 풍경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후덥지근하면서도 중동 특유의 탁한 공기를 느끼며 숙소로 향하는데 온통 모래 빛이라 나도 모르게 기분이 엄숙해졌다.
솔직히 그땐 집에 가고 싶은 심경이었다.
카타르에 온 지 25일째다.
이제 어디로 가면 뭐가 있는지, 어떻게 이동하면 되는지 눈에 훤하다.
‘this way’외치는 자원봉사자의 목소리도, 메트로에서 이어지는 고성방가 응원전도 익숙하다.
현지 적응을 끝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이 정도 살았으면 너도 이제 카타리(카타르 사람)’라고 한다.
카타르에 스며드는 동안 대표팀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한국은 부상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도하의 기적을 쐈다.
우루과이전에서 희망을, 가나전에서 절망을, 포르투갈전에서 환희를 봤다.
브라질에 완패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 오래된 과거의 일처럼 다가온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작별을 고하며 한국으로 돌아갔다.
선수야 다시 볼 수 있겠지만 벤투 감독은 다시 못 볼 사람이 됐다.
카타르에서 보는 인천공항발 대표팀 소식이 낯설게 다가온다.
조규성이 마스크를 벗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는데, 2주 전 젖은 머리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그를 보며 감탄했던 것도 문득 떠오른다.
그 사이 조규성은 전주성 스타에서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그의 ‘떡상’ 예고 기사를 쓴 입장에선 괜히 한 번 뿌듯함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3주 넘게 관찰해온 대상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니 공허함도 다가온다.
더는 갈 일 없는 루사일의 알 에글라 훈련장도 잘 있는지 궁금해진다.
 | 벤투 감독이 5일(한국시간 6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 후 손흥민과 포옹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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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를 거치며 16개 팀, 16강을 마친 후 또 다른 8개 팀이 짐을 쌌다.
도하를 찾은 방문객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15일 방문했던 전통시장 수크와키프도 마찬가지다.
대회가 개막하니 이곳은 큰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가기 힘든 ‘핫플’이 됐다.
2주간 수크와키프는 도하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운집한 곳으로 명성, 혹은 악명을 떨쳤다.
7일 오전. 약 3주 만에 다시 찾은 수크와키프는 조용했다.
곳곳에 캐리어를 든 팬도 보였다.
도하를 떠나기 전 잠시 시장에 들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여전히 크로아티아와 브라질,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모로코, 포르투갈, 잉글랜드, 그리고 프랑스가 남아 있다.
모로코 정도를 제외하면 8강에 들어간 게 이상하지 않은 팀이다.
길거리를 다니면 이 나라 유니폼을 입은 팬을 보게 된다.
내심 부럽다.
붉은색 대표팀 유니폼을 보기 힘들어져 더 그럴지 모른다.
이제 ‘남의 팀’ 선수, 관중이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16강전에서 브라질에 패한 후 카페에서 만난 한 모로코 팬이 다가와 웃으며 “한국 어디 갔지? 집에 갔지!”라는 농담을 던졌는데 한 대 쥐어박고 싶고 싶었다.
브라질에 크게 깨진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나 보다.
사실 그것조차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모로코는 8강에 진출했으니 텐션이 올라간 것을 이해했다.
남을 보며 부러워질 때마다 우리 선수 생각이 날 것 같다.
우리도 8강, 4강, 결승에 올라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조규성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00만 명은 돌파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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