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트라우마

  • [* 익명 *]
  • 등록일 2023-10-11 07:38
  • 조회수 449

 

 

오늘도 역시나 악몽을 꾸다 잠이 깬다.

사회에서 학폭 이슈가 있거나 피해자 사연을 보고 나면 높은 확률로 내 지난 날이 꿈속에서 재현된다.

이미 마흔을 향해 가는 나이에 20년이 넘게 지났건만 그때의 무기력한 내 모습은 수 많은 바리에이션으로 재현된다.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실 지금 문제가 되는 잔인한 학폭에 비하면 내가 겪은 일은 애교에 애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중학생때 한번 복학생이라는 놈이 심부를 시키는걸 거부 했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복부 두대 맞은것.

 

고등학생때 운동부와 어깨 부딧혀서 시비걸리고 다음날 일진들 모여서 그 운동부 놈 한테 조심하라며 두세대 맞은것.

 

다음학년애 내가 위의 운동부 놈한테 욕을 했다며 그 놈이 또 여러 일진들을 데려와 위협하며 조심하라고 경고.

 

세번의 케이스 모두 외상도 없었고 팔로 방어해서 아프지도 않았다.

또 세번 모두 가해자들은 여러명을 대동해서 혼자인 나를 위협했다.

 

이런식으로 나는 내 상황이 가벼운 해프닝이었다며 자위 했다.

 

만약 그때의 무기력한 내 자신이 평생을 옭아맬 줄 알았다면 나는 뭐라도 해봤을까...?

 

사실 저런 경우의 일들을 겪고 나서 그들은 나를 다시 건들지 않았다.

나는 저 이후에도 나름 유쾌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모든건 잊혀지는 것 같았다.

'살면서 양아치들한테 한두대 맞을 수도 있지' 라며 그냥 추억쯤으로 넘기려고 노력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처럼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고,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면 무너져내리는 내 자존감의 시작은 20여년 전의 내 무기력한 모습에서 부터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루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따위의 생각들로 스스로를 학대한다.

 

그때 그냥 맞지만 말고 저항하고 맞붙어 싸웠다면 어땠을까..?

 

사실 학창시절의 나는 키도 큰 편이고 운동 신경도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맞붙어 싸울 용기가 없었다.. 여럿이 나를 둘러싸는 환경에 먼저 압도 당했고, 도저히 남에게 주먹을 뻗을 만큼 대담하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누군가에게 손찌검을 한다는게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몇번의 경험은 사실 가벼울 수 도 있었다.

아니 삶을 살다보면 이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 많은 일들로 고통 받는다.

그런데도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이 더러운 기억은 면역력이 떨어질때면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감기 몸살 처럼.. 가끔씩 현실에서 힘든 나를 꿈속에서 마저 쉬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서도철이 아들에게 '깽 값은 안 아까우니 맞고 들어오지만 말라' 했나보다..

 

때린놈은 못 자도 맞은 놈은 다리 뻣고 잔다던데..

이렇게 학폭이 이슈가 되는 날이면 나는 또 악몽에서 꿈이 깬다.

 

 

 

 

고인이 되신 표예림 양의 명복을 빕니다.

사후 세계가 없다고 믿는다며 기억이 사라져 편해지실 거라 말씀하셨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부디 바라신대로 그 곳에서는 아무런 기억 없이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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