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현 국제결혼 허용 커트라인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능력시험 1급(1~6급까지 있습니다) 만 합격하면 올 수 있는데, 1급 실력으로는 빠빠 맘마 겨우 말하는 유아나 마찬가지거든요. 소통이 안 되는데 구글번역으로 애정이 싹틀 리 만무하죠. 국제결혼업체가 중간에서 장난치는 걸 제외하더라도, 결혼이주여성은 '어차피 이렇게 된 운명인데 내가 우리 집안 일으킬 수 있으면 됐지' 하고 살러 왔는데 아빠 뻘 되는 아저씨 내지는 할아버지가 본전 뽑겠다는 마인드로 돈 벌어 오라고 하고 잠자리를 요구한다면 페이스북에서 달콤한 말 하는 자국 남자들에게 유혹당하지 않을 수가 없죠. 실제로도 많습니다.

3. 시골에 계신 아버지께 베트남 여자랑 사귀게 되었다고 하니 제일 처음 물어보시던 게 '희냐 검냐?' 였습니다. 어른들이 국제결혼을 반대하시는 이유 중에 2세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제 아내는 마스크 쓰고 있으면 한국인, 벗으면 중국인으로 보일 정도라서 그런 걱정은 좀 덜합니다.

저희도 졸업해서 뭘 할 수 있을까가 늘 걱정이예요. 영어를 쓰는 백인이라면 운신의 폭이 넓겠지만,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으로 귀화하더라도 동남아 출신이라면 일반 사기업에서는 면접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 다문화가정이 더 늘어날 거라는 예상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해서 복지 관련 공무원이나 단체 같은 곳에 취업한다면 그나마 차별 내지는 편견이 조금 덜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국 출신 동포를 도와준다는 좋은 의미도 있고요.

북부 타이빈 출신입니다. 국제결혼이 흔한 곳이 아니라서 몇달간 전화로 설득 후에 처음 인사하러 갔을 때 온 동네에서 한국사람 구경 왔었습니다(...).

처가에서는 밥벌이 걱정 말고 들어와 살라고도 하고, 저도 가방끈이 짧지 않은 편이라 '학교 졸업하면 가게 접고 들어가서 한국어 선생님 할까?' 하고 농반진반으로 가끔 얘기하기는 합니다만, 제가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동생이 명절만 겨우 챙기고 경제적으로는 부모님 부양을 포기한 상황이라 부모님 살아계실 때까지는 제가 한국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는 생기면 낳고 안 낳아도 그만... 이라고 생각하고 가능성 높은 날만 막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안그래도 좋은 사이가 더 돈독해져서요, 내년에 아빠가 됩니다. 사이버 강의라 괜찮다고는 하지만 졸업장이 목적이 아니라 진짜 공부가 목적이라서 당분간 학교는 쉬어야 해요.

여자친구가 베트남에 처음 갈 때까지 우리집이 어떤 집이고 부모님이 어떤 분이다 말을 안 해서 몰랐는데, 정작 가보니까, 저는 한 층에 30~40평짜리 열 집이 있는 17층짜리 소형 아파트 중에 한 집에 살거든요. 처가집 건물이 우리 아파트 전체보다 바닥면적이 더 넓길래 황당했고(당연히 층수는 낮지만), 지역 사람들이 뉘집 딸인지 다 알길래 신기했고, 집 안에 사위(진) 왔다고 이웃들 친척들 백여 명 초대해서 잔치할 수 있는 회관이 있길래 어이가 없었고,

베트남은 서류작업이 전산화가 안 된데다 뒷돈도 많이 먹기 때문에 한국인이 보통 혼인신고하러 가면 신고하러 한 번 가고, 한달쯤 뒤에 혼인증명서 수령하고 사인하러 번거롭게 또 한 번 가야 된다는데, 빽이 있으니 하루만에 처리되는걸 보고 아 이게 70년대 한국이랑 똑같구나... 생각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고요.

제 아내는 요리를 못 합니다. 해본 적이 없대요. 하노이에서도 한국에서도 학교 다닐 때 룸메이트가 먹여살렸대요. 대신에 청소는 잘 하고 좋아해요. 반대로 저는 요리를 좋아하고 안 어지르고 안 치우는 성격이라 집안일 분담이 잘 돼요. 식사는 보통은 한식 내지는 간편식을 먹고, 뭐 먹고싶다고 레시피 찾아 주면 제가 만들어줘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을 때부터 노후에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게 꿈이었던 터라 지금은 여건이 따라주지 않지만 나중에 돈 싸들고 베트남 시골에 귀농할 생각은 여전히 있습니다. 처가 덕 보고 살 생각은 아니지만요. 가끔 그렇게 말하면 그쪽도 우리처럼 은근히 직업에 귀천이 있어서 농사는 좀 낮은 사람들이 하는 건지 별로 좋아하시진 않더라고요.

2. 동남아향 가미한 한국 옛날이라고 할까요? 여자들이 데이트비용은 남자가 다 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남자도 돈을 잘 써야 스스로 매력있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성 자체가 내일없이 살고, 현지 물가와 한국 물가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신다면 연애할 때부터 경제관념을 잘 잡아줘야 나중에 편합니다. 또 케바케지만 정조관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는 결혼할때까지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실제로 제 아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남자를 사귀었는데 만날 때마다 섹스하자고 노래를 불러서 결혼하기 전까지 안된다니까 차였다네요. 

남편 덕 시댁 덕 보려는 생각이 없고 서로만 좋으면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열심히 살면 된다... 라는 마인드라서, 평소에 내가 돈이 이만큼 많으니 나랑 사귀면 편하다. 가 아니라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하니 계속 즐겁고 재밌게 지내자. 라는 점을 어필하시면 좋습니다.

3. 당연히 얼굴 나이 많이 보지만 한국보다는 조금 유한 편이예요. 저는 애초에 이 여자 꼭 잡아야겠다 생각하고 제 나이 모를 때 오빠와 아저씨의 경계가 몇 살 차이부터냐고 물어보고 열 살이라길래, 혼인신고 할 때까지 나이 속였었습니다(...). 베트남에 간 첫날에 제사 지내는 분 불러서 조상님 제단 모신 방에서 저희 결혼하겠습니다 하고 제 비슷하게 올렸는데(대략 한국의 스님이 목탁치며 기도하시는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때 생년월일, 이름도 같이 말하거든요. 베트남 문화를 잘 몰라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첫날에는 86년생 한국에서 온 누구... 라고 했다가 혼인신고하면서 나이 속인 걸 들켜서, 그 분 다시 불러서 생년 수정하고 제사 다시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