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플로 연봉인증 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저도 한번 해봤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네요

저는 히키코모리 였습니다

서른 넘어서까지 집에서 게임만 하며 지내는 폐인이었죠

곧 마흔 바라보는 나이인데

제가 그동안 받은 급여를 보니 여러 생각이 들어서

넋두리 한번 해볼게요

어릴때는 몰랐는데 저희 집은 가난했던거 같습니다

부모님은 평생 변변한 직업을 가져보신적이 없으셔요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돈을 벌어 오셨고

항상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감사하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우리집이 평범한 중산층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이라는걸 알게 되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군대를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군대에서 부정적으로 변한거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전에는 단어조차 들어본적도 없는

전우 들이 바디워시, 폼클렌져 이런거를 쓰더라구요

PX에서도 이거저거 많이 사먹구요

저는 어릴때 부터 외식을 해보거나 간식을 먹어본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현타가 왔습니다

내무실에서 인간극장 보다보니 인간극장 나오는 사람들이 우리집보다 잘살더라구요

제대후에 방구석에서 게임만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모든게 싫었던거 같아요

아무것도 하긴 싫고 시간은 때워야 했던거 같아요

재미도 없는데 그냥 게임만 했어요

그렇게 십년가까이 게임만 하다보니 서른이 넘어갔습니다

친구들은 결혼하고 아이낳고 돌잔치 하는데 한번도 못갔어요

돈도없었고 가고 싶지도 않았구요

어느날 뽐뿌(?) 게시판을 봤는데

일본에 히키코모리라는게 있다고 하더라구요

읽어보니 제 이야기 인거에요

히키코모리를 벗어나려면

일단 나가서 알바가 됐든 뭐가 됐든

뭐라도 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씻고 나가서 진짜 뭐라도 했어요

가까운 피씨방 가서 알바 안뽑는지 물어도 보고, 인력사무소도 가보고 등등

처음 받은 일당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햄버거라는걸 사먹어 봤습니다

맨날 밥이랑 김치만 먹다가 다른걸 먹어보니 신기했어요

다른 음식들은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돈을 더 벌고 싶더라구요

그러다가

4대보험 해주는 일도 해보게 되고

좆소기업이긴 하기만 회사라는 곳도 들어가보고

이직도 해보고 여러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요즘은 사람구실 하고 사는거 같아 보이는지

부모님이 결혼하라는 말씀하셔 스트레스에요

아는 여자도 없고 연애도 한번 못해봤거든요

저는 키도 작도 외모도 변변치 못합니다

여자 관심도 없는데 부모님이 자꾸 뭐라고 하시니 스트레스에요

이해는 됩니다만..

곧 마흔 바라보는 나이에 

연봉인증해주는 어플 덕에 인생을 한번 뒤돌아 봤네요

결과적으로 뽐뿌덕에 사람 구실하고 살게 된거 같아요

오늘은 치킨이라도 한마리 사먹어야 겠어요. 저한테 주는 상이에요

긴글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

인증샷 남겨 드립니다 

다들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추신-

댓글 많이 달렸네요 ㄷㄷ

여러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 여러분 말씀이 다 옳습니다!!!! 여러분은 제 은인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군대있을때 군대리아는 먹어봤습니다

제가 워낙 찐따라 설명을 잘 못했네요 브랜드 햄버거 못먹어봤다는 소리였습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이딴거, 사실 시골출신이라 지역에 롯데리아 밖에 없긴 했어요, 나이먹고 빅맥 첨먹어봤던게 기억이 났어서 써봤어요)

2000년대에 남자들 폼클렌져 이런거 쓰는게 

말이 안되는 소리인지 지금 처음 알았어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ㅎㅎㅎ

그때 동료 솔져들이 다들 쓰길래 평생을 자괴감 들며 지내왔는데

여러분 덕에 트라우마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역시 뽐뿌는 사랑 입니다

-추신2-

사실 사회성 많이 딸리고 돈에만 목매여 사는 사람이고 많이 못배워서

세상 돌아가는거 잘 모릅니다

요즘 어플인증 많이 하길래 궁금해서 깔아본거고

국세청에서 인증이 되는지도 몰랐네요

국세청 들어가 확인해보니 비슷하게 나오는거 같아요

최근꺼 한장만 스샷 드립니다 (최근 몇년 확인해보니 비슷하게 나오더라구요)

그냥 연수입 쭉보다보니 옛생각 나서 혼자 넋두리 해본건데

다른 분들이 불편하실줄은 몰랐습니다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격려해주신 몇몇 분들께 감사드리고, 하시는일 다 승승장구 하시길 기원합니다